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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화순 국회의원·시장·군수 모두 낙마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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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전남 나주시(인구 9만 명)와 화순군(인구 7만 명)은 하나의 국회의원 선거구로 묶여 있다. 두 시·군에서 선거로 뽑히는 주요 선출직은 국회의원 1명과 나주시장, 화순군수 등이다. 최근 이 세 사람이 모두 임기 도중 비리 혐의에 연루돼 자리를 내놓을 위기에 빠졌다.

 임성훈 나주시장은 나주 미래산업단지 조성 과정에서의 업무상 배임과 뇌물 수수 혐의로 광주지검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임 시장은 시의회의 동의 절차 없이 미래산단 조성 자금 2000여억원을 나주시가 차입하게 한 뒤 투자자문회사에 77억여원의 수수료를 제공해 나주시에 손실을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자신의 부인이 경영하는 업체가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이 자문회사로 하여금 사들이게 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임 시장에 대한 보강 조사를 마치는 대로 조만간 불구속 기소할 방침이라고 18일 밝혔다.

 임 시장이 기소되고 법원에서 직위 상실형을 선고받을 경우 나주는 전·현직 시장 2명이 연이어 배임죄로 도중 하차하는 기록을 남기게 된다. 신정훈 전 시장은 화훼단지 조성 과정에서 국고 보조금을 부당 지급한 혐의로 기소돼 2010년 시장직을 잃었다.

 이에 앞서 나주·화순 지역구의 배기운(민주통합당) 국회의원과 홍이식 화순군수는 차례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배 의원은 4·11 총선 때 회계책임자에게 선거운동 대가로 3700만원을 준 혐의(선거법 위반)로 기소돼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1심에서는 국회의원 상실에 해당하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국회의원과 자치단체장 등은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당선이 무효가 된다.

 지난해 12월 구속기소된 홍 군수 또한 군수직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홍 군수는 2010년 지방선거를 전후로 업자에게 8000만원대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재판을 받고 있다. 화순군은 2004년 임호경 전 군수가 선거법 위반으로 중도하차한 것을 시작으로 3명의 군수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연거푸 재·보궐 선거가 치러지는 동안 물러난 남편의 뒤를 부인이 잇는 ‘부부 군수’와 형의 뒤를 아우가 잇는 ‘형제 군수’가 탄생하기도 했다.

 지역 주민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김상문(61·나주시)씨는 “화순군수와 국회의원이 나란히 재판을 받는 상황에서 나주시장까지 검찰에 불려 다니는 걸 보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정치인들의 비리로 주민들의 명예와 자존심까지 상처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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