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보다 ‘현장 직무능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2면

기업들의 인재 선택 기준이 ‘스펙(출신 학교와 학점, 외국어 점수 등을 통칭하는 신조어)’에서 ‘현장 직무능력’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기아자동차는 이달 26일까지 진행하는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채에서 면접을 개인별 업무적합도에 따라 세 가지로 나눠 진행한다고 18일 밝혔다. 창의적·분석적 사고와 통찰력이 필요한 상품과 마케팅 부문 지원자들은 ‘K인재군’으로 분류돼 개인 및 집단 프레젠테이션 형식의 ‘창의 면접’을 받는다. 소통과 배려·책임감이 중요한 생산기술·생산공장·품질·구매 부문 지원자(I 인재군)들에게는 공장 견학 후 즉석 ‘현장 면접’이 이뤄진다. 뚜렷한 목표 설정 및 추진력이 필요한 경영지원·영업·재경 부문 지원자(A인재군)에게는 직무별 예상 사례를 부여한 뒤 문제 해결 능력 등을 평가하는 개인 프레젠테이션과 집단 토론 방식의 면접이 실시된다. 지원자들은 3개 인재군 중 한 곳을 선택해 지원할 수 있다. 기아차 정찬민 경영지원사업부장(상무)은 “단순한 ‘스펙 능력자’가 아니라 자신만의 독특함과 열정을 가지고 있으면서 직무에 적합한 인재를 골라내기 위해 이 제도를 도입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SK그룹도 채용 인원의 10%를 성적과 관계없이 창업콘테스트 수상 경력 등이 있는 ‘바이킹형 인재’로 뽑기로 했다. 포스코도 채용 시 발명·특허 자격 보유자, 공모전 수상자 등을 우대한다. 기업들이 서류상 점수가 높은 지원자보다 현장 직무능력과 업무적합도를 더 중시하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의 조사 결과에서도 기업체 인사 담당자들은 스펙에만 집중한 구직자보다 대외 활동 경력이 있는 ‘아웃캠프족’ 인재를 우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201명 중 43%, 대기업 인사 담당자만 따지면 60%가 아웃캠프족을 우대한다는 답을 내놓았다. 우대 이유(복수응답)는 ‘적극적 성격일 것 같아서’(67%), ‘실무능력이 우수할 것 같아서’(27.3%), ‘다방면에 지식이 풍부할 것 같아서’(21.6%) 등의 순서였다.

박진석·김영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