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엔론사 파문, 아시아 에너지시장에도 영향

중앙일보

입력

엔론사 파문으로 아시아지역의 에너지 시장 규제완화 정책이 다소 후퇴하고 미국식 기업경영모델의 무조건적인 답습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이 24일 내다봤다.

엔론사 파산을 둘러싼 각종 정치적 추문들이 드러나면서 미국기업들이 설파해온 규제완화, 자유경쟁 등의 구호가 공허해졌을 뿐 아니라 에너지 시장 규제완화 추세를 겨냥했던 엔론의 현지투자분 처리문제도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홍콩의 한 에너지 업계 분석가는 "엔론 사태가 아시아 정책결정자들의 시각에 영향을 미치게될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면서 "정책당국은 기존 방침이나 기준들을 재검토할 것으로 보이며, 이에따라 에너지부문 규제해제 추세도 다소간 늦춰지게 될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따라 경쟁력 강화 및 효율제고 차원에서 추진되던 에너지산업 재편계획들 이뒤로 미뤄지고 국가독점 체제가 수년간 더 연장될 것으로 분석가들은 내다봤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이 지역에 대한 엔론사 투자분이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엔론 일본 현지법인에 이어 싱가포르 영업소가 파산신청을 냈고, 한국내 합작분도 지분매각을 추진중이다. 필리핀 정부도 엔론 합작투자분의 인수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인도내 외국투자업체로는 최대규모인 29억달러가 들어간 엔론 자회사 `답홀전력'의 처리문제는 여러모로 주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시험가동은 했으나 아직 완공되지않은 이 발전소를 둘러싸고 뇌물추문이 제기되고 있는데다 회사와 인도 마하라슈트라주 당국이 서로 계약위반 등의 이유로 소송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엔론의 정치권에 대한 전방위 로비활동 등의 실상이 폭로되면서 제3세계권을 향해 투명경영과 공정경쟁 등 기업윤리를 소리높여 강조해온 미국의 대외기업활동 방식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엔론의 모험경영이 미 당국에 의해 거의 통제받지않았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는 아시아의 정책당국은 엔론의 파산에 따라 규제해제 문제에 대해 보수적으로 재검토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업계 분석가들의 얘기다.

지난해초까지만해도 미국식 경쟁모델 도입의 당위성에 대해 의문을 갖지않았었으나 에너지가격 상승에 따른 캘리포니아 전력위기 사태에 이어 엔론의 파산을 지켜본 뒤 새로운 에너지 규제해제 정책의 모델을 개발해야할 처지라는 것이다.(싱가포르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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