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에 눌린 관례 한·일·캄 삼각이해 엇갈려-김귀하 선수의 망명요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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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북송재일 교포권투선수 김귀하씨가 주「캄보디아」일본대사관에 망명을 요청했다가 「사실상」거부당한 끝에 「캄보디아」경찰에 구속된 사건은 「정치범부인도」라는 국제법 관례와 얽혀 한국·일본·「캄보디아」3국간의 까다로운 외교문제로 등장했다.
일본에는 헌법이나 국내법규에 「망명」에 관한 보호규정이 전혀 없으며 2년전 소련의「볼쇼이·발레」단원 2명이 미대사관에 망명해 왔을 때 망명자취급의 기준을 정해야한다는 논의가 있었으나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전후일본이 정치적 망명을 받아들인 것은 「피분」전 태국수상 등 몇몇이 있기는 하나 한국·중국 등 「분단국가」의 망명객들에 대해서는 단 한번도 망명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되어있다.
64년 주홍경 사건이 일어났을 때 일본이 자유중국과의 국교단절의 위험을 무릅쓰고 주를 중공에 인도한 것은 너무도 유명하다. 4·19후 장경근 전 내무장관이 망명을 요청했을 때 불법입국혐의로 재판에 돌렸으며 최근 「평신정 사건이 일어났을 때도 불법입국이라 하여 강제추방」형식으로 4명은 한국에, 9명은 북괴에 인도한 것으로 되어있다.
일본은 한국·「캄보디아」·북괴간의 미묘한 삼각관계에 얽혀 들기를 꺼려 김 선수가 「자의」에 의해 일본대사관을 떠났다는 발뺌을 되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김 선수는 재일 교포로서 「대한민국 국민등록증」을 갖고 있었으며 8개월 전 조련계의 기만에 넘어가 북송되기는 했으나 그의 가족이 아직도 일본에 살고있다는 점, 특히 「인도주의」와 「거주지선택의 자유」를 내세웠던 일본에 의해 그 「망명」이 외면 당했다는 점등 여러 가지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김 선수의 망명실현은 「캄보디아」가 좌경의 흔적은 있으나 중립을 표방하고 있는 나라인 만큼 국적을 통한 인도적 설득이 주효할지도 모른다는 일루의 희망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이억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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