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노인 인구비율 1위 전남 농기계사고도 전국 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8면

#지난 15일 오후 1시쯤 전남 담양군 대전면 들판에서 A씨(76·여)가 불에 타 숨졌다. 경찰은 논두렁을 태우다 불이 번져 변을 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9일엔 전북 남원시 아영면에서 야산 불로 B씨(80)와 아내(78)가 숨졌다. 밭두렁을 태우던 중 산으로 번지는 불을 끄려다 질식한 것으로 경찰을 추정했다. 7일에는 전남 장흥군 장흥읍에서 밭두렁을 태우던 C씨(78·여)가 온몸에 화상을 입어 숨졌다. 이달에만도 전남북 지역에서 밭·논두렁을 태우다 숨진 노인이 6명이 넘는다.

 #3일 오전 11시24분쯤 전남 영광군 불갑면에서 D씨(74)가 몰던 경운기가 길을 벗어나면서 전복, 경운기와 전봇대 사이에 몸이 끼여 숨졌다. 1월 20일에는 장흥군 유치면 E씨(74) 집 마당에서 E씨가 경운기 아래서 어깨·팔목 등을 크게 다친 채 쓰러져 있는 것을 주민이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지만 숨졌다. 경찰은 경운기를 작동하던 중 깔린 것으로 보고 있다.

 농촌 지역의 노인들이 급속한 고령화와 안전 부주의 등으로 각종 안전사고에 속수무책으로 희생되고 있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2011년 발생한 농기계 사고로 숨지거나 다친 602명 중 250명(42%)이 전남 주민이었다. 전국의 사고 10건 중 4건이 노인 인구 비율이 높은 전남에서 발생한 것이다. 전남은 지난해 말 현재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9%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시·군별로는 고흥(38.2%)·신안(37.1%)·보성(36.5%) 등의 순이다. 농기계 사고는 전남에 이어 경남(127명·21%), 전북(101명·17%)에서 자주 발생했다.

 지난해 전남에 발생한 임야 화재 217건 중 65건(30%)은 논·밭두렁을 태우다 화를 당했다. 농지 소각은 산불예방 장비를 갖춘 공무원 입회 아래 산에서 100m 떨어진 곳에서만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나이 많은 노인들이 이를 무시한 채 논·밭두렁에 불을 놓다가 인명 피해를 입고 산불로 이어지는 경우가 잦다.

 이칠성 군산소방서 대응구조계장은 노인들의 논·밭두렁 태우기에 대해 “건조하고 강한 바람이 부는 날에는 바람에 따라 순식간에 불길이 커지고 방향이 바뀌면서 인명피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 계장은 또 “경운기 등 농기계를 고령의 노인이 혼자 조작하는 것은 위험하며, 반드시 2인 이상이 함께 작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전사고 등 예기치 않은 상황이 벌어질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비좁고 굴곡이 심한 농로의 개선과 비상점멸등·방향표시등 안전장치 부착, 안전교육 실시 등 농촌 인구 고령화에 맞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경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