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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보는 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역사란 무엇이냐는 물음에 대해서 얼른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역사적 동물. 역사를 떠나서는 어떤 개인, 어느 민족·국가의 현재도 생각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한낱 시정의 무리들까지도 곧잘 역사라는 말을 입에 담기를 좋아한다.
따지고 보면 역사란 그토록 어렵게 생각할 것만도 아닌지 모른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진행하는 인사의 추이·사회발전의 모습을 관찰하고, 그 원인결과의 연쇄, 즉 인과관계라는 것에 유의하여 저마다 독자적인 견해를 가졌을 때 이미 거기에는 역사가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오늘자 「뉴스위크」지는 25년전 진주만 공격이 있었던 12월7일(미국일자)의 「치욕의 날」을 회고하면서, 이런 눈으로 세계사의 흐름과 수백만 생령의 생활의 모습을 송두리째 뒤바꾸게 한, 그날 이후의 역사를 담담하게 말해준다.
먼저 그 특집기사의 편집자는 당시 4세와 17세의 어린이들. 그랬던 그들이 이젠 과거의 역사를 말할 만큼 성숙하여 그 당시의 「뉴스·메이커」들의 뒤를 찾아다녔다. 그 당시 미 국민들의 신화였던 「페르디난드」투우와 「미네소타」대학축구「팀」에 대한 열광, 여성「파트너」를 어깨에 둘러메고 추던 「지터·버깅」춤의 광란이 완전히 사라지고, 당시의「스타」로서 「불사의 3인조」라 불리던 「시드니·그린스트리트」, 「피터·로어르」, 「험프리·보카트」 등이 이제는 모두 고인이 되었다.
그러나 당시 거의 무명이었던 몇몇 시민들의 뒷 소식이 더욱 재미있다. 일요 비행가였던 변호사의 아들 「말틴·비트세크」, 격침 당한 배의 일 해군사관 「오마타」는 저마다 착실한 가장이 되었고, 진주만 폭격 때의 부상으로 양지를 절단 당한 「이노우에」소년은 지금 「하와이」출신 미국상원의원이 되었다. 모두 착실하게 성장하고 건실하게 출세하여 중견시민이 돼있는 것이다.
역사에 있어서의 연속성을 생각게 한다. 25년전에 이미 인생의 갈 길을 착실하게 걷고있던 우리나라 사람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역사의 연속성이 거의 단절된 데에 우리 사회의 침체와 불안정이 있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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