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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련된 가작 문예영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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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5면

낙엽 지는 고궁의「벤치」-만추의 허탈감 속에 피어난 두 청춘의 아름답고 포근한 사랑의 이야기가 치밀한 연출과 영상 속에 아로새겨진 가작 문예영화.
사흘 동안의 휴가를 얻은 모범수 문정숙은 열차에서 위폐범 신성일을 알게된다. 고독과 불안의 짙은 그림자를 안은 채 우연히 만난 두 남녀는 뜨거운 사랑에 빠진다.
생명을 연소시키는 사흘, 그들은 l년 뒤의 재회를 기약하며 서글픈 이별을 한다. 하나는 다시 감방으로, 하나는 뒤쫓은 형사대의 수갑으로…. 그러나 1년 뒤 그날 그「벤치」에 나타나야할 사나이는 소식도 없고 낙엽만 쌓이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두 남녀의 단조로운「러브스토리」다. 그러나 이만희 감독은 종래의 비정한 「터치」와는 달리 이 작품에서 아름다운 영상미와 함께「리리시즘」을 시도하는 한편「스토리」위주의「다이얼로그」를 줄이고 현실 음을 효과적으로 살려, 긴박한 상황 속의 불안한 의식을 그리는데 성공했다. 각본 김지헌, 촬영 서정민. 음악 전정근.-명보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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