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중국 1등=세계 1등’ 글로벌 피자 프랜차이즈 꿈꿔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정우현 1948년 경남 하동에서 8남매의 일곱째로 태어났다. 진주중ㆍ고, 단국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ROTC로 군생활을 마친 후 당시 장인이 운영하던 동대문 상가에서 의류 도매업으로 대박을 냈다. 90년 개점식에서 ‘피자 천하통일’을 선포하고 국내 1위 비전을 밝혔다. 그룹 매출은 지난해 4000억원이 넘었다.

MPK그룹 회장 정우현(65). 그는 프랜차이즈 업계의 신화로 통한다. 그가 1990년 서울 이화여대 앞에 창업한 미스터피자는 쟁쟁한 글로벌 피자 브랜드를 제치고 2008년 국내 1위에 오르면서 숱한 화제를 낳았다. 매년 수없는 프랜차이즈가 생겨나지만 몇 년을 못 넘기고 위기를 맞아 사라지는 등 명암이 확실하게 엇갈린다. 1등은 결코 운이 좋아서 가능한 것이 아니다. 정 회장은 창업 때부터 국내 1위 마스터플랜을 짰고 차근차근 완수했다고 밝힌다. 이제는 글로벌 1등을 노린다. 주변에서 ‘허튼 꿈’이라고, 언론 플레이용이라고 비판도 하지만 그는 항상 자신 있다고 말한다. 창업자만이 가질 수 있는 본능이다. 그는 출근하면 늘 분주하다. 시간은 가는데 직원들이 그를 따라오지 못해서다. 이에 대해 그는 “눈에 보이는 모든 게 개선덩어리인데 그걸 보고 어떻게 참을 수 있는가”라고 반문한다. 이 회사 직원들은 ‘1등 꿈’이 없으면 나가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세계 1위를 노리고 중국 상하이 한복판 중심가에 미스터피자를 개점한 8일 그를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5년 내 중국에서 1000개 점포를 개설한다는 계획이던데.
“1000개 목표는 작은 단계에 불과하다. 한국에서 20년 만에 400개를 넘게 열었다. 급속한 도시화가 진행되는 중국에서 1만 개 점포는 순식간이다. 이곳에서 프랜차이즈는 이제 막 도입 단계다. 제도도 변변치 않고 중심 유통가도 적다. 내 눈에 곧 확산할 것이라는 조짐이 보인다. 중국 거대 부동산개발 업체인 ‘골든 이글’과 합작이 성사 단계다. 그들이 만드는 백화점 체인에 미스터피자가 입점하는 것이다. 중국에서 1등=세계 1등이다. 그 다음은 동남아시아다.”

-피자 프랜차이즈 세계 1위가 목표인가.
“2000년 초 프랑스의 미래학자 자크 아탈리가 쓴 『21세기 사전』을 읽은 게 대전환이었다. 빵(도우) 위에 자기가 원하는 것을 뭐든지 올려 놓고 구워 먹을 수 있는 피자야말로 지구촌 공통의 음식이라고 쓴 내용이다. 이때 무릎을 탁 쳤다. 피자로 세계 1위가 될 수 있다는 꿈을 꾼 거다.”(그는 지난해 신년사에서 세계화의 원년을 선포했다.)

-미스터피자 성공의 비결은.
“세계 제일의 맛, 진심(眞心) 서비스, 내 집 안방같이 편안한 매장이라는 3대 원칙이 1등의 힘이다. 요즘에도 가맹점에 가면 우선 화장실부터 가본다. 지저분하면 문을 걸고 평소 하던 대로 쓱쓱 청소한다.(“고무장갑도 없는 데요” 라고 묻자) 청소하고 비누로 손 씻으면 그만이다. 더럽긴 뭐가 더러운가. 고객은 피자 맛이 좋더라도 화장실이 지저분하면 그 매장을 낮게 평가한다.”(미스터피자는 저온 숙성의 생 도우를 사용해 100% 수타 반죽하고 손으로 토핑한 후 석쇠로 굽는 방식이다.) 그는 “비용이 많이 들고 시간이 좀 더 걸리지만 이 법칙만큼은 절대 깨뜨리면 안 된다. 냉동 도우를 사용하는 경쟁업체에 비해 확실한 맛의 차별점이 나온다”고 강조한다.

-중국 현지화 전략은 무엇인가.
“피자 맛은 거의 동일하다. 중국식 피자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우선 식자재를 90% 이상 현지에서 조달한다. 청결한 매장과 서비스, 가장 맛있는 피자라는 소문이 나는 게 중요하다. 점포 관리 매니저를 한국인 유학생으로 채용하는 것도 이런 전략의 하나다. 미스터피자만의 고유한 방식을 전파하려면 한국식 커뮤니케이션이 필수다. 미치도록 일하는 거다. 중국에 한국 유학생은 8만 명이 있다. 이들 가운데 선발된 수백 명의 매니저가 선봉대 역할을 한다. 역으로 한국에 온 중국 유학생 수천 명 가운데 100명을 뽑아 거점 도시에 파견한다.”

-경제민주화가 화두다. 프랜차이즈 비판도 나온다.
“프랜차이즈는 규모의 경제를 앞세워 시스템을 파는 사업이다. 이익률은 3%에 불과하다. 개인이 창업하려면 이쑤시개부터 접시 같은 모든 것을 혼자 준비해야 한다. 보통 일이 아니다. 가격도 훨씬 비싸다. 규모의 경제를 통해 이런 걸 싸게 보급하는 것이다. 지난해 김동수 전 공정거래위원장과 만났을 때 ‘문제가 있는 업체는 혼을 내고 제대로 하는 회사는 도와줄 방안을 찾아달라’고 호소했다. 선진국 문턱에서 창업에 가장 좋은 게 프랜차이즈라고 확신한다.”

-동대문 의류 거상(巨商)에서 프랜차이즈 오너로 변신하게 된 계기는.
“동대문에서 처음 직원 보너스를 주는 등 각종 경영기법을 대부분 처음 도입해 성공했다. 하루 수천만원의 현금을 만졌지만 원가나 이익 개념이 없어 얼마를 벌었는지 몰랐다. 매일 새벽까지 술을 마시며 돈을 뿌렸다. 그 돈으로 강남에 땅을 샀으면 진짜 큰 부자가 됐을 게다. 거래 고객도 유별나 힘들었다. 내가 춤을 싫어하는데 지방의 대형 바이어 한 분이 카바레를 좋아했다. 80년대다. 그 고객의 비위를 맞추려고 밤늦게까지 카바레를 쫓아다니다가 ‘이건 아니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사업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속칭 현금 장사라는 외식업을 집중 공부했다.”
그는 87년 이화여대 앞에 커피숍을 열었다. 이게 대박이 났다. 하루 매출이 80만원에 달했다. 순이익만 80%가 남았다. 하루 60만원 이상 번 셈이다. 이때 대학가라는 유통 거점의 안목도 키웠다. 훗날 미스터피자가 대학가를 중심으로 급속히 퍼진 이유다.

-요즘 신진 화가를 후원하고 미술품에 관심이 많다는데.
“매장에 고객을 편하게 하는 그림을 걸고 싶다. 단순히 피자만 먹는 레스토랑으로 그치지 않고 품격을 높이는 것이다. 매장에서 그림 엽서나 작은 미술 소품 같은 것을 판매하는 걸 염두에 두고 있다. 화려한 색채와 해학으로 유명한 사석원 화가의 그림을 많이 갖고 있다.”

상하이〓김태진 기자 tjki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