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8 첫 여성 중앙은행 총재 된 러시아 나비울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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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중앙은행 총재에 여성이 지명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차기 중앙은행 총재로 엘비라 나비울리나(49·사진) 수석 경제 보좌관을 12일(현지시간) 지명했다. 의회 승인을 거쳐 공식 취임하면 주요 8개국(G8) 가운데 최초로 여성 중앙은행 총재가 탄생한다. 여성이 중앙은행 총재가 된 나라는 아르헨티나·남아프리카공화국·말레이시아 정도로, 전 세계 중앙은행 총재 가운데 여성은 6%에 불과하다.

 푸틴의 신임을 받고 있는 나비울리나는 큰 이변이 없는 한 6월부터 세르게이 이그나티예프 현 총재의 뒤를 이어 중앙은행 수장 자리에 오르게 된다. 모스크바 국립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나비울리나는 1990년대 초 러시아 경제개발부에서 공직을 시작했다.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2009년에는 경제개발부 장관을 맡아 이름을 날렸다. 러시아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에도 큰 공을 세운 인물로 평가받는다. 푸틴이 지난해 5월 다시 정권을 잡으면서 그의 경제 보좌관이 됐다.

  나비울리나는 물가안정보단 성장에 집중하는 정책을 펼 것으로 보인다. 푸틴이 재집권 뒤 취약해진 성장을 높이기 위해 통화 완화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해 왔기 때문이다. 지난 11년간 중앙은행 총재로 재직하면서 ‘인플레이션 파이터’로 유명했던 이그나티예프는 고금리 정책을 폈다.

이번 지명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부정적인 편이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물가상승·통화약세로 이어져 러시아 경제에 해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채승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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