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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직 여성 뉴요커 그녀들이 사는 법

중앙일보

입력

"전통적인 페미니즘은 어딘가 진부하다. 엘리트주의며 실용성이 없고, 빅토리아 여왕시대에나 걸맞게도 케케묵었다. 과거의 여성운동을 비난하려는 것이 아니다. 남성 우월주의를 타파하자는 모호한 구호들에 우리는 머리가 띵해져 버렸다. (여성들의) 자긍심이나 자립심 따위는 잊어버려라.그런 것 따위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이런 식의 발언을 용기있게 던질 남성이 있을까. 그런 시대착오적 남성에겐 당장 돌멩이부터 날아들겠지만 발언의 주인공은 뜻밖에도 여성이다.

1970년대식 페미니즘의 유행이었던 포크 송과 채식주의가 가슴에 와닿지 않는다고 잘라 말할 줄 아는 여성이 그다. 또 자기 세대의 여자들에겐 보다 실질적인 페미니즘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당돌한 여성이기도 하다.

『여왕에게 키스를』(원제 Kiss My Tiara) 은 시대변화에 걸맞은 제3의 페미니즘을 외치는 목소리가 담겨 있다. 저자는 뉴욕 출신의 수전 제인 길먼. 베스트셀러 작가로 뉴욕 타임스 등에 정기적으로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자, 이쯤에서 뭐 연상되는 게 있으시다고? 그렇다. 인기 케이블 TV드라마 '섹스 앤 시티'와 그 등장인물 말이다. 끊임없이 남자 헌팅에 나서는 잡지 칼럼니스트인 캐리, 그리고 글래머 여인 사만다 존스….

전문직 여성 뉴요커라는 우연적 요소만이 그런 게 아니다. 내숭과는 담을 쌓은 칼럼을 써대는 스타일까지도 닮은꼴이다.

'섹스 앤 시티'가 오늘의 서울과 매우 다르면서도 흡인력이 없지 않듯, 『여왕에게 키스를』 역시 그렇다. 아마도 젊은 여성들이라면 "어머, 내가 하고 싶었던 얘기네?"할 만한 톡톡 튀는 '왕수다'로 채워져 있다.

"나는 남자들을 음탕한 전쟁광이라기보다 섹스를 좋아하는 좀 모자라는 동물로 본다. 또 남자들이 나를 '교활하고 이해할 수 없는 암컷'이라고 생각하기보다 열정적이며 때론 실수도 하는 인간으로 보아주는 편이 건전하다고 생각한다.

"(1백69쪽) "오늘날 여자들의 이미지는 두가지로 요약된다. 상냥한 여자이거나 '나쁜 년'이거나…. 섹스에 적용됐던 이런 이분법은 이제 우리 성격에도 적용되는 것이다. 하지만 둘 중 어느 쪽도 완벽한 구분일 수 없다."(74쪽)

돈.다이어트에서 자위행위 옹호에까지 이르는 분방한 이야기는 희생양 여성이 내지르는 쉰 목소리와 달리 경쾌하다. 분노와 두려움의 표현 대신 자유주의자로 불리길 원하고, 보다 다양성이 인정되는 세상을 그리는 것이다.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여유있는 뉴요커 다운 목소리인 셈이다. 또 욕설까지 적당히 섞어 버무린 글의 스타일도 주목거리다.

Note1
드라마 ‘섹스 앤 시티’에 열광하는 국내 팬들은 적지않다.어쨌거나 가부장적 권위주의가 지구촌에서 가장 강하게 또아리를 튼 한국사회에서도 뉴요커의 분방한 삶은 강한 인상으로 다가오는 것이다.『여왕에게 키스를』도 같은 맥락이다.한국사회의 ‘촌티’를 벗기위한 카드로 이 책은 일단 유효하다.

Note2
다시 ‘섹스 앤 시티’얘기다.캔디스 부쉬넬이 저술한 책 ‘Sex and The City’(아침나라,박미영 옮김,3백4쪽,8천원) 도 마침 신간으로 나왔다.미국의 프리랜서 작가로 뉴욕 옵저버에 20,30대 엘리트들의 성생활을 다루는 인기칼럼 ‘Sex and The City’를 연재했던 칼럼인데,이 책이 바로 드라마의 원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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