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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심의와 정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25일 국회본회의는1건의 재정차관협정동의안과 11건의 상업차관 지보동의안을 야당의원이 모두 퇴장한 가운데 여당의원만으로 일괄 통과시켰다.
표결에 앞서 민중당측은 11건의 상업차관을 모두 정부에 반송할것을 동의했으나 그것이 압도적다수로 부결되자 야당의원들은 전원퇴장했으며 공화당의윈들만이 남아서 만장일치로 통과시키게된 것이라한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여·야는 이미 총무회담에서 상기안건을 25일에 처리하기로 합의까지했고 야당은 토론동결에도 이의가 없었는데 반송동의가 폐기되자 예정했던 전략에 따라 전원퇴장을 하게된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국회운영방식은 성실성을 심히 결여한것인데 위와같은 보도에 접하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분노를 금할수없을것이다. 총액 2억2천4백여「달러」에 달하는 12건의 동의안을 다루는데 여·야가 초당파적인 입장에서 진지하게 처리할 생각을 하지않고 미리 짜놓은 「스케줄」 에 따라 여당은 남아서 통과시키는데 앞장서고 야당은 만부득기 퇴장으로 반대의사를 표시하는것같은 인상을 주었다는것은 현국회가 과연 성의를 다해서 예산을 다룰 생각이 있는가를 근본적으로 의심게하는것이다.
더군다나 해괴하게 보이는 것은 여·야총무회담에서 25일까지 상기안건을 처리키로 합의를 본 민중당이 끝까지 국회에 남아서 반대 혹은 찬성의 의사를 분명히 밝힐 생각을 하지않고 일시에 우르르 밀려나가 소란스러운 사태를 야기시켰는가하는 점이다. 의회정치는 다분히 「쇼」적인 요소를 내포하고 있는것이라하지만 소수당이 뒷구멍으로는 처리일자에 관해 동의를 주어놓고 표명상으로는 강경한 반대를 하고 있는것같은 인상을 주기위해 의회정치의 고유한「룰」을 무시하려든다는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 단정치않을수없다.
우리는 여·야가 막후에서 무슨 협상을 했고 또 어떤 타협에 도달했는지 모르지만 적어도 국민의 신임을 얻고자하는 야당이라면 어디까지나 원내에 남아서 투쟁을 지속하는것이 올바른 태도라고 생각한다. 「총퇴장」이라는것이 소수당이 다수당을 견제키위한 중요한 무기라는것은 시인하는데 주저치 않는다해도 소수당이 너무도 자주 이 무기를 행사하고 급기야는 그 연극의 밑바닥까지 드러내게된다고하면 오히려국민의 조소감이된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이제 예산통과의 법정기일까지 국회예결위나 본회의가 예산문제를 다룰수있는 시간적여유라는것은 매우 짧게 밖에 남지않았다. 이는 그동안 국회가 무용한 정쟁에 꼴몰하며 귀중한 세월을 허송했키 때문인데 회기막바지에 이르러 충분한 심의도 거치지않고 예산안을 허둥지둥 통과시켜 버리는 악습은 금년에도 여전히 되풀이 될것같다.
당리당약의 대립·충돌, 그리고 국민에대한 인기전술로인해 예산심의가 소홀해진다면 입법부란 그존재의의마저 흐릿해지는데 이와같은 정치풍토속에서는 대의민주정치가 허공에 뜰 우려가 다분히 있는것이다. 예산통과의 법정기일도 박두한오늘 국회는 여·야를 불문하고 좀더 애국공심을 발휘하여 예산안을 다루는데 성실, 또 공정토록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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