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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경제] 대부업이 뭔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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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일러스트=강일구]

Q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대부업법’을 개정한다’는 내용의 기사를 봤습니다. 그동안 제 머릿속 ‘대부업’의 이미지는 무서운 아저씨들이 서민들에게 돈을 내놓으라며 으름장을 놓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런데 기사를 보고나니 진짜 ‘대부업’이 뭔지 궁금해졌습니다. 대부업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A ‘대부업’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나요? 드라마 주인공 집에 돈 갚으라며 들이닥치는 무서운 아저씨들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고 자판기처럼 뚝딱 ‘더 빠르고 쉽게’ 대출해준다는 케이블TV 광고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대부업은 이자와 기한을 정해 돈을 빌려주는 일(대출)을 합니다. 은행 등 다른 금융회사와 같죠. 다만 대부업의 주고객은 신용등급이 낮아 은행 등 번듯한 금융회사에서 대출받기 힘든 서민들입니다. 그러다 보니 200만~300만원 정도의 많지 않은 돈을 30% 넘는 높은 금리로 빌려줍니다.

 한국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전국 등록대부업체 수는 9170곳 정도입니다. 이미 TV 광고로 많이 알려진 ‘러시앤캐시’ ‘산와머니’ ‘웰컴론’ 등이 등록대부업체 1~3위를 다투고 있습니다. 하지만 등록은 하지 않고 불법으로 대부업을 하는 곳도 많습니다. 흔히 ‘불법 사채’라고 하죠. 앞서 말했던 ‘드라마 속 무서운 아저씨’들은 주로 불법 사채를 하는 이들입니다. 등록대부업체들은 이런 식으로 빚을 갚으라고 독촉하는 행위(추심)를 할 수 없게 돼 있습니다. 여러분이 대부업을 떠올릴 때는 먼저 이 둘을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대부업은 1960년대 서울 명동을 중심으로 시작됩니다. 당시 기업에 단기자금을 공급하던 사채업 중 일부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소액대출업무를 본 것입니다. 소위 ‘큰손’이라고 불리는 대형 사채업자들은 기업금융이 주 업무였고 가계대출은 그 위험에 비해 수익성이 크지 않아 중소형 사채업자들이 다뤘습니다.

 이러한 소액대출시장은 97년 외환위기 이후 급성장합니다. 계기는 이자제한법의 폐지였습니다. 당시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권유로 62년 제정됐던 이자제한법을 철폐합니다. 이자 제한이 사라지자 연 1000%를 초과하는 초고금리 대출까지 등장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2000년부터는 일본계 대부업체가 대거 진출했습니다. 99년 일본의 국내법이 바뀌어 대출 최고금리가 40.04%에서 29.2%로 낮아진 상황이었습니다. 돈벌기가 어렵게 된 일본 중소형 대부업체들의 입장에서 이자 제한이 없는 한국은 새로운 시장이었습니다. 일본계 대부업체들은 낮은 조달금리와 오랜 대출 경험 등을 바탕으로 한국의 대부업 시장에 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의 초기 고객은 신용카드 빚 등으로 이미 다중채무자가 된 사람들이었습니다. 이들은 대부업을 이용하며 더욱더 빚의 수렁에 깊숙이 빠졌습니다. 결국 정부는 2002년 대부업법을 제정해 대부업체 대출 금리를 66%로 묶습니다. 2007년에는 이자제한법을 부활시켜 상한 금리를 39%까지 낮췄습니다.

 그러면 대부업은 어디에서 돈이 나와 서민들을 상대로 대출 장사를 하는 걸까요. 이들은 주로 저축은행이나 캐피털 같은 제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거나 자체적으로 채권을 발행해 돈을 마련합니다. 이렇게 마련한 자금의 평균 금리는 약 12% 수준입니다. 이 자금으로 서민들에게 30% 넘는 고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겁니다. 대부업이 ‘서민의 등골을 빼먹는다’는 오명을 안게 된 건 이 때문입니다.

 일부 정치인 사이에서는 대부업의 최고금리를 더욱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실제로 최고금리가 낮아지면서 2007년 1만8500곳이던 등록대부업체는 현재 절반 가까이 줄었습니다. 남은 대부업체들도 최고금리가 낮아진 뒤 돈을 빌려주는 데 소극적이 됐습니다. 돈이 필요한 서민들의 수요는 그대로인데 공급은 줄어든 셈입니다.

 결국 대부업에서도 거부당한 이들은 불법 사채 시장을 찾게 됩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그동안 줄어든 대부업체 중 상당수가 불법 영업을 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2008년 금융위원회의 사금융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사채 시장은 1년에 16조5000억원 정도였습니다. 이 중 18%가 미등록업체의 몫으로 분류됩니다. 현재 사채 규모가 20조~3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는데 등록대부업체 수는 줄어들었다고 하니 불법 사채 시장은 더욱 커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법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돼 있지만 대부분 벌금형에 그치고 정식 재판을 받는 경우는 드뭅니다. 서민금융 전문가들은 무등록 대부업체에 대한 처벌 강도를 높이거나 신고자 포상금 제도 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급전이라도 빌려야 하는 사람이 있는 한 불법 대부업체를 근절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대부업 길들이기, 생각보다 쉽지 않죠?

홍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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