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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긋지긋한 관절염을 친구처럼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2월 16일 오후 12시, 강원도 영월 동강시스타리조트. 20대에서 7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남녀가 버스에서 내렸다. 발을 절뚝이며 지팡이를 짚는 사람, 팔의 움직임이 부자연스럽거나 보호자의 부축을 받는 사람도 있었다. 모두 류마티스관절염을 앓는 환자들이다. ‘중앙일보와 함께하는 류마티스관절염 힐링캠프’에 참여하기 위해 이곳에 모였다. 이번 힐링캠프는 오랜 투병에 지친 환자의 심적·육체적 치유를 위해 마련됐다. 강동경희대병원·강동성심병원·건국대병원·한양대구리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환자와 보호자, 그리고 의료진을 포함해 60여 명이 참여했다. 동강 일대에서 진행된 1박2일간의 힐링캠프 일정에 동행했다.

완치하려고 집착하면 더 고통스러워

저녁 7시, 힐링캠프의 첫 프로그램으로 강동경희대병원 박원숙 교육실장의 ‘웃음치료’가 시작됐다. 박 실장은 “아프다고 짜증 내고 부정적인 생각을 하면 더 아프다. 크게 웃으면서 ‘나는 행복하다. 완치될 수 있다’고 긍정적인 생각을 해야 몸과 마음이 가벼워진다”고 설명했다. 처음엔 웃는 것도 어색했던 참가자들이 나중에는 신나는 음악에 맞춰 박 실장이 가르쳐주는 ‘펭귄춤’ ‘지렁이춤’을 따라 했다. 율동은 류마티스로 뻣뻣해진 관절을 풀고, 근육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강의가 이어졌다. 강동경희대병원 류마티스내과 양형인 교수와 건대병원 류마티스내과 이상헌 교수가 나섰다. 양 교수는 “딱딱한 강의보다 환자·보호자들과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고 싶다”며 고민거리나 질문을 요청했다.

환자 한혜리(76·여)씨는 “1년 전부터 밥을 못 먹을 정도로 입안 전체가 헐었어요. 스테로이드제 탓인가 싶어 복용량을 줄였더니 입병은 나았는데 밤에 한숨도 못 잘 정도로 온 몸이 쑤셔요”라며 고통을 호소했다. 이에 양 교수는 “환자들이 종종 근육통을 류마티스 증세와 착각한다”며 “스트레스나 피로가 쌓이거나, 신체적으로 무리하면 근육통이 나타난다. 혈액검사로 염증 수치를 확인해보고 이상이 없으면 근육통에 대한 약을 처방받으면 된다”고 조언했다.

27년 동안 류마티스관절염을 앓아왔다는 김소희(47·여)씨는 병세가 악화된다는 생각에 희망보다 절망감이 앞선다고 토로했다. 양 교수는 “완치하려고 조급해하면 더 고통스럽다. 병을 다스리며, 병과 함께 살겠다고 생각하는 게 현명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류마티스는 평생 안고 살아야 하는 질환이다. 낫는 사람은 10% 내외에 불과하며, 발병 초기에 빠르게 염증을 소실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타이치운동, 관절염 환자에게 효과적

이튿날 첫 일정은 타이치운동이었다. 몸의 균형·근력·면역력을 강화하고 통증을 줄여준다. 관절을 부드럽게 움직이는 운동이라 류마티스 환자에게 적격이다. 박원숙 교육실장이 기본 동작을 선보이고 참가자들이 일제히 따라 했다. 동작을 잊을세라 옆에서 동영상을 촬영하는 보호자도 눈에 띄었다.

이어 강동경희대병원 박형순 재활치료사가 바른 자세와 걷기에 대해 설명했다. 박 치료사는 “의자에서 곧바로 일어나면 무릎에 무리가 가서 관절에 좋지 않다”며 “몸을 앞으로 숙인 상태에서 고개를 들면서 동시에 엉덩이를 들어 올린다. 등의 힘으로 올라온다는 느낌이 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바른 자세로 일어나는 참가자는 절반에도 못 미쳤다.

이번 캠프에 참가한 권종교(60·여)씨는 “류마티스 탓에 장기간 휠체어를 타다가 6년 전부터는 지팡이를 짚었고, 2년 전부터는 지팡이 없이도 걷는다. 이 모든 게 가족 덕분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양숙자(72)씨는 “나보다 증상이 심한데도 꿋꿋이 이겨내는 다른 환자를 보며 자신감이 생겼다. 아픈 나 자신을 더욱 사랑해야겠다”고 말했다.

일정에 끝까지 동행한 양형인 교수는 “진료실 밖에서 이렇게 환자들과 마주한 자리는 처음”이라며 “장기간 투병에 지친 환자를 배려하면서 운동법·자세같이 실생활에서 필요로 하는 교육을 이어가야겠다”고 덧붙였다.

영월=오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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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아 기자 okafm@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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