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여·야 선거법 협상 타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지난9월26일 구성된 국회선거관계법 개정심의특위에서 여·야는 줄곧 반대와 개정관철로 팽팽히 맞서 왔지만, 새해 예산심의를 원만히 넘기려는 공화당과 공명선거보장을 위한 안전판으로 단 한가지라도 개정해야겠다는 민중당의 「이해」가 서로 맞아들어 이번 선거법개정협상은 막바지에서 간신히 타결되었다.
이런 점에서 여·야의 이번 선거관계법개정은 진정한 「법률개정」의 의미보다 결과적으로 「정치적 효과」의 의미가 더 강조되고 있는 것 같다. 여· 야 단일안으로 발표된 9개항의 개정원칙에는 민중당이 공명선거보장을 위한 핵심적 조건이라고 내세웠던 ①선거인명부 작성권의 선관위이관 또는 지휘감독권 행사 ②투표번호표배부때 정당대리인 동행가인 ③후보자 비방금지조항삭제 등이 포함되지 않았으며 투표에서의 부정을 막는데 도움이 된다는 기술적 문제들이 내용의 줄거리를 이루고 있다.
투표통지표 기재사항의 구체화, 선거인명부의 사본제출, 투표통지표의 2일전 배부 등이 민중당의 입장에선 수확으로 꼽히고 있으나 앞서든 3가지를 포함한 개정요구가 마지막 협상단계에서 끝내 관철되지 못한데 크게 불만을 보이고 있다. 이밖의 개정내용 가운데 대통령선거에서의 부재자투표와 정당추천선관위위원 수시교체규정 등은 공화당이 처음부더 선뜻 수락한 것으로 오히려 득표에선 야당에 이로울 것이 없다는 등으로 풀이되고있다.
또한 선거운동원의 수를 지역구7∼12, 전국구30∼35인으로 늘리고 선거강연회 고지벽보와 입간판의 수도 늘리기로 한데 대해 중앙선관위의 몇몇 실무자들은 『오히려 자금 면에서 풍부한 여당에 이득을 더 주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아심을 보이고 있으며 특히 법조계·학계 몇몇 인사들은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공명선거보장의 기본 제도를 개정하려는 의미가 반영되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개정내용이 이렇게 불투명한 선으로 그어진 데는 무엇보다도 개정작업에 나선 여·야의 의도와 태세가 제 나름의 이해에 따라 빗나갔기 때문이었다. 공화당은 「운영의 묘」라는 명분을 내세워 되도록 고치지 않을 배짱이었으며, 민중당의 정치적 의도는 제1야당의 모든 권익을 법률적으로 보장받아 원외 강경야당인 신한당을 최대한으로 견제하려는데 있었다고 일부서는 풀이하고있다.
민중당이 당초 제출한 개정안중 ⓛ여당과 제1야당의 경상비 국고부담규정과 창당절차의 요식화(정당법) ②전국구 의석 44개의 배분비율을 제3당이 지역구선거에서 10석 이하를 차지할 때 원내 제1,제2당에만 배분토록 수정하자는 내용을 내놓았다가 뜻을 이루지 못한 것은 이런 풀이를 뒷받침하는 두드러진 예라고 볼 수 있다.
지난해 한·일 협정 비준 파동을 겪은 뒤 원내로 복귀한 민중당에겐 사실상 선거법개정문제가 가장 큰 「이슈」였지만 심의과정에서 공화당과의 정치흥정을 벌이는 동안에 법률개정의 「이미지」는 점차로 흐려갔다.
정당법개정안도 국회특위5인 소위가 구성되면서 슬그머니 철회했으며 14일부터 닷새동안 계속된 A「호텔」에서 막후 절충에서 그 내용은 수십번씩 바뀌다가 극히 지엽적 문제에서 낙착되었다.
여·야의 이번 선거법개정은 부정을 미연에 막겠다는 야당의 주장이 일단 관철된 것이라고 볼 수 있지만 그 절충과정과 내용을 들여다보면 대신한 당견제의 입장에 역점을 둔 민중당과 새해예산심의를 위한 하나의 원내전략으로 취급한 공화당 사이의 어설픈 「정치부산물」이 돼버린 인상이 짙다. <윤기병>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