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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부업자냐 설계책임자냐|오늘의 정치가·행정가들에게 묻는다. 홍종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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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나라는 어느모로 보나 외관상으로는 확실히 발전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남산에 올라가 보면 2, 3년전과는 딴판으로 고층건물이 즐비하고 화려해졌다. 어떤 가게에도 상품이 듬뿍 쌓여있다. 시외로 나가면 공장들이 놀랍게 건설되있다.
지금 우리네 살림의 일용품이나 또 건설 자재에 가의 부족없을만큼 생산 시설이 확장되었다. 고맙고 반가운 일임에 틀림없다. 이는 정부의 경제건설계획의 강력한 추진과 아울러 외국자금을 그만큼 끌어 들일수 있었기 때문임을 알수있다.
그러나 이런것만으로 만족하고 아무런 의문도 가질 여지없겠는가 생각해본다. 어딘가 잘못된 곳은 없는가고 생각해보는 일을, 혹은 말하기를 남이 모처럼 공을 들여 쌓아올리는 탑을 비방하고 흠잡으려고 한다고 하기도 쉬우리라. 그러나 적어도 국가의 살림이요, 그 원대한 장래를 토론비판하는 일이란것은 국민들의 당연한 책임이오, 권리가 아닐수없다.
지금 그 무엇이 잘못되어 있지나않은가 하는것을 생각해본다면 우리나라의 국회의원이라는 정치가나 정부의 행정책임자들가운데는 공사의 「청부업자」는 많아도 국가라는 건설사업의 「설계하는사람」 (설계자)이 과연 몇사람이나 있는가 하는것이 그게 의문스러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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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부업자란 것은 설계된대로 건축이나 토목공사를 충실히 시행키만하면 되는 그런 사람을 말하는 것이나 그러나 지금 어느 청부업자라거하여 설계대로 충실히 공사를 해주는 청부업자는 또 몇명이나 있던가, 아니 없지않은가? 청부업자라면 속여먹는다는것이 저도 나도 상식으로 되어있고 근래에 와서는 청부업자가 청부를 주는 사람과 결탁해서까지 공사를 날림으로 해치우고 서로 나눠먹는 일이 많다는것이다. 이런일은 대개 정부관계의 공사를 말하고있다.
이런 공사일수록 공사후에 그 도로나 교량이나 또 그 관청집이 당장에 큰흠집만 아니나면 그만인 모양이다. 그러고도 공사의 생명이 백년을 약속했건 50년을 약속했건 청부업자 그사람들은 알바아닌 책임없는 자임을 변명만하면된다. 그러나 설계를 담당하는 진정한 건축가는 도저히 그럴수없는것이다.

<엉터리 청부업자가 설계까지 맡는다면>
그런데 실제의 「아이디어」가 없는 청부업자들이 건설공사의 청부만을 맡지않고 설계의 책임까지 떠맡고있다면 그 건설과 그 공사는 어떻게 될것인가. 지금까지 우리정부의 역대의 장관들이나 국회의원들은 그 대부분이 그자리만 물러나면 아무런 책임도 없다는듯이 청부업자 혹은 그 이하로 책임을 벗어난것만을 다행스럽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날림공사에, 부정수입에 법이 두려울바없고 국민의 눈앞에 송구스러울바 조금도 없는듯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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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적절한 최근의 실례로는 이런것을 들수도있다. 「롱갈리트」 라는 몸에 해로운 극약을 넣어서 과자를 만들어 팔아왔다고 책임자라는 사람들이 검찰에 검거되는 한편. 보사부라는 행정책임당국에서는 과자회사에 영업정지처분을 내리고 그동안 시중에 나간 극약이 든 과자를 거둬들이라고 야단 법석을 했던가하면 불과 이틀후에는 그 약품이 극약이기는하나 조금만 섞으면 몸에 해롭지않다고하면서 수일전의 과자업자에게 호령했던 「금지」 「정지」의 행정처분을 모두 보류했다는 장관도 있다. 이것이 한나라의 정부내의 정책잭임자의 하는일일까? 무슨 청부를 누구에게서 어떻게 맡았었기에 이랬다,. 그랬다 하는것일까.

<「롱갈리트」의 책임테러조작범의 행방>
또 언젠가는 언론인에대한 「테러」범을 조작한 경찰이 있었는가 하면 경찰이 그런 조작을 했다면 책임을 지겠다고 조작아님을 국회에서 맹세하던 장관이 조작된 사실이 판명되고나서도 천연스럽게 자신의 식언과 경찰의 난맥상에 대하여 책임을 느끼지 못하는 장관도 있다. 정치의 청부라면 적어도 국민으로부터 청부받은 것이거든 세상은 그래도 무방하다그 그 장관들은 그렇게 보고 있는모양이다. 이러한 장관들이야말로 석가탑을 망가쳐버린 청부업자에 비길바 아닐정도로 국민앞에 무책임하고 부도덕하다고 아니할수 없는것이다. 석가탑을 파손해 놓은 중대한 사실에 대해서도 어느 한사람 정부내에서 책임자가 아니 나오고 있다. 아무리 청부업자들이란들 이렇게도 식견이 없으랴! 국가의 경영이라는 막중한 설계사업을 어떻게 생각하고있는지가 문제인 것이다.

<국민에 의욕은있다|바른길닦는 정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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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아니라 부정·부패에는 그 단위가 높아졌다 고한다. 거리의 폭력은 여전하다. 어린학생들이 제동무를 학교근처에서 때려죽이고 찔러죽이는 일도 한두번이 아니었다. 규율속에 산다는 청년들의 폭행, 법속에 .산다는사람들의 협잡. 전에 못보던 잔인한 패륜의 범죄등등…. 그리고 권력과 금력의 행세는 보라는듯이 떳떳하여 밀수와 탈세의 불법행위가 권세의 표준같이 보일경우도 있다. 놀라운 것은 소위「정치」란 말이 협잡·중상·모략이란 못된말로 대용되고도있다.
이제 이 사회의 혼란은 무엇올써 어떻게 구제되어야 할것인가. 그렇다고 국민의 양심이 아주 죽어버린것도 아니다. 국민들은 희망과 의욕을 결코 버린것도 아닌 것이다. 문제는 국가건설의 정신적 자세와 방향이 과연 어떤것인가 하는 것이 논의되지않아선 아니될 것 같다. 다시말하면 국민으로 하여금 제대로 제양심을 살려 나갈 길을 닦아주는 정치, 외관상 건설의 청부업자 아닌 진정한 국가건설의 「아이디어」가의 설계하는 사람의 정치가 이루어져야할것아닌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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