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일경보 4분 만에 … 바닷물 막는 높이 10m 철문 닫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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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는11일 후쿠시마 원전사고 2주기를 맞아 보강한 안전체계를 공개했다. 사진은 바닷물이 원전 출입구로 들어오는 것 막기 위해 설치한 차수벽. 높이 10m의 미닫이형 철문으로 문이 맞닿는 부분에 고무패드가 부착돼 물이 스며드는 것을 막는다. 해일경보가 울리면 4분 안에 닫힌다. [송봉근 기자]

11일 오전 11시 부산시 기장군 고리원자력본부. 해안 동쪽 끝에 위치한 고리원전 1호기와 2호기는 콘크리트 방벽(防壁)에 둘러싸여 있었다. 해안선을 따라 설치된 이 벽의 길이는 2.1㎞다. 높이는 10m, 두께는 1.85m다. 쓰나미(지진해일)를 막기 위해 설치됐다. 방벽 남쪽, 차량과 사람이 드나드는 출입구에는 방벽과 같은 높이의 미닫이형 철문(두께 0.8m)이 모습을 드러냈다. 해일경보가 울리면 양쪽에서 닫혀 바닷물이 원전으로 흘러가는 것을 막는 차수벽(遮水壁)이다. 차수벽은 해안에서 50m쯤 떨어져 있다.

 고리원전 직원이 해일 상황을 가정해 철문 안쪽에서 닫힘 버튼을 누르자 육중한 문이 서서히 움직였다. 닫히는 시간은 4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양쪽 문이 맞닿는 부분에는 고무패드가 부착돼 있어 물이 스며드는 것을 막는다. 바닷물이 철문 위로 넘치지 않는 한 내부는 안전한 것이다.

 발전소 북쪽 언덕에 주차된 트레일러 트럭에는 컨테이너 크기(19.5×2.8×4.2m)의 3200㎾급 가스터빈 엔진 발전기가 실려 있었다. 원전이 멈추면 달려가 4.16㎸의 전압으로 원전 필수설비에 전기를 공급하는 ‘이동 발전소’다. 대당 가격이 42억7000만원에 달하는 고가 장비다.

 김태신(39) 고리본부 전기팀 원자로 차장은 “비상발전기가 침수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원전을 안전하게 유지할 수 있는 장비”라고 강조했다. 불과 2년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설비다.

고리원자력본부 내 이동용 발전기. 해일 등으로 정전이 발생하면 원전 필수설비로 이동해 전기를 공급한다. 3200㎾급 가스터빈 엔진이 장착돼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가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2주년을 맞아 강화된 방재설비를 공개했다. 일본 사고를 교훈 삼아 국내 원전 안전성을 높이는 공사를 2년 동안 해온 것이다.

 해안방벽을 높이고 차수벽을 설치하는 등 바닷물을 막는 설비가 대폭 강화됐다. 해안방벽은 2년 전보다 2.5m 높아졌다. 두께도 3배 이상 두꺼워졌다. 차수벽은 새롭게 설치됐다. 원전을 비롯해 원전 1기당 2대씩 준비돼 있는 비상발전기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가장 강화된 설비는 원전 전기공급 분야다. 고리본부 측은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큰 피해를 낸 이유는 지진해일 영향도 있지만, 결정적으로 원전에 전기공급이 끊기면서 안전설비들이 멈췄기 때문”이라며 “어떤 상황에서도 원전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이동형 발전차량을 배치했다”고 밝혔다.

 원전 고장으로 수소가 발생할 경우 폭발을 막기 위한 수소 제거설비도 설치 중이라고 고리본부 측은 전했다. 후쿠시마 원전에서는 원전 연료가 손상되면서 수소가 발생, 결국 폭발로 이어졌다. 새로 도입한 수소 제거설비는 전기 없이 작동이 가능하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안전설비를 강화하기 위해 2011년부터 단계적으로 1조1000억원을 투입하고 있다. 이상호 고리원자력본부 홍보기술 차장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지진해일을 비롯해 전기공급이 끊기는 사고를 예방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당장 쓰나미가 몰려와도 막을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글=차상은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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