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탄역 애물단지 전락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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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지난 7일 오후 4시쯤 경기도 화성시 능동과 오산시 외삼미동에 걸쳐 있는 국철1호선 서동탄역. “띠리리링~” 하는 알림음과 함께 청량리에서 출발한 전동차가 역으로 들어왔다. 그러나 내리는 사람은 고작 10여 명에 불과했다. 역 대합실도 사람이 없어 적막감이 흘렀다. 1시간을 지켜봤지만 개찰구를 통과하는 사람 수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역 앞에 있는 버스 승강장에도 승객은 없었다. 역을 빠져나온 사람들은 버스를 기다리기보단 도로를 따라 걷기를 택했다. 대학생 김정유(24)씨는 “ 버스가 한 시간에 1대밖에 없는 데다 경유하는 곳이 많아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불편해도 큰길까지 20분 정도 걸어 다른 버스를 타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국철 1호선 서동탄역이 ‘유령 역’으로 전락하고 있다. 승객들이 없어서다. 서동탄역은 경기 화성시가 동탄신도시 주민의 편의를 위해 367억원을 투자해 2010년 2월 개통한 역이다. 건설 당시 화성시와 철도공사는 이 역의 하루 평균 이용객 수를 6000여 명으로 예상했다. 동탄 주민뿐 아니라 인접한 오산 주민의 이용까지 염두에 둔 것이다.

 그러나 개통 3년이 지난 현재 이 역의 하루 평균 이용객은 고작 2450여 명밖에 안 된다. 대중버스 노선 부족 등으로 역사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동탄을 경유하는 버스는 50분~1시간꼴로 운행돼 열차시간과 맞추기 어렵다. 이용하는 승객 수도 적어 역 앞에는 상주하는 택시도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상당수 이용객은 승용차를 끌고 와 역 주변에다 주차한 뒤 지하철을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주차공간(24면)은 한정돼 150여 대가 넘는 차량이 역 앞과 인근 주택가에 불법주차를 하고 있다.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남예정(39)씨는 “역 진입로도 2차로로 협소해 출퇴근시간이면 차들이 한꺼번에 몰려 이 일대에 난리가 난다” 고 했다. 이런 이유로 하루 매출이 손익분기점(하루 평균 5590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화성시의 적자도 늘어나고 있다. 2007년 코레일·철도시설공단과 협약을 맺으면서 역사 신축비는 물론 30년 동안 역사 운영 때 발생하는 손실비용까지 모두 시가 부담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화성시 관계자는 “서동탄역을 경유하는 버스의 막차시간을 연장하고 전문기관에 의뢰해 서동탄역 이용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하지만 주차장 추가 신설 등 일부 현안은 역 부지 70%를 소유하고 있는 오산시의 협조 없이는 진행할 수 없어 우리도 곤란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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