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보상금 … 10년생 1마리 300만원 vs 1000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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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부터 곰 사육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일자 환경부도 곰 사육 폐지를 검토해 왔지만 사육농가에 지급할 보상금 문제로 진전을 보지 못했다. 기획재정부 등 예산 당국에서는 “개인이 원해 사육한 사유재산인데 정부가 나서 보상할 필요가 있느냐”며 예산 배정에 인색했다. 농장주들은 “정부의 정책 실패가 원인인 만큼 충분히 보상해 줘야 한다”고 반발했다.

 환경부가 충남대 동물자원생명과학과 김민규 교수팀에 의뢰해 전국 사육 곰에 대한 전수조사를 처음 실시했던 것도 그나마 지난해 2억원의 예산을 따낸 덕분이었다. 이번 조사에서 지난해 7월 현재 전국 53개 농가가 998마리의 곰을 사육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팀은 4~9세의 곰을 불임 시술할 경우 9세가 될 때까지 매년 125만~191만원의 증식 금지 보상금을 지급하는 대안을 제시했다. 곰을 도축할 때는 마리당 252만~383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환경부 정선화 자연자원과장은 “곰의 나이·상태 등에 대한 감정평가 절차에 따라 적절한 보상가격을 정하는 보상시스템을 만들 계획”이라며 “지난달 농민과 환경단체 등을 포함한 협의체도 구성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농장주들은 10세 이상의 곰을 도축할 때 1000만원 정도를 보상해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김 교수팀이 제시한 금액의 3배에 달하는 것이라 합의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민주통합당 장하나 의원은 지난 6일 ‘사육 곰 관리를 위한 특별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곰 사육자에겐 곰이 불어나는 것을 막도록 하고 대신 환경부가 보상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또 사육자가 원하면 정부가 곰을 사들이도록 했다. 장 의원은 “5~6월이면 곰의 번식기가 오기 때문에 그전에 법을 만들어 시행해야 한다”며 “시간을 끌수록 새끼 곰이 늘어나 보상비만 불어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장 곰 증식을 금지해도 새로 태어난 곰이 있는 데다 10세가 넘어야 도축할 수 있는 만큼 곰 사육이 완전히 사라지려면 10년이 더 걸릴 전망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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