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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급한 미가지지정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연말을 앞두고 일반물가의 상승이 현저하고 통화량도 계속 늘고 있는데 반하여 쌀값은 거꾸로 계속 떨어지고 있어 농민의 출혈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일부 산지에서는 쌀값이 가마당 3천원선을 이미 하회하고 있다하며 특별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한 앞으로도 더욱 하락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 한다. 불과 몇 달전만 하더라도 외미를 더들여와야 한다고 당국이 떠들던 사실로 미루어 보아 쌀값 폭락은 당국의 무정견과 무성의에 그 큰 원인이 있다고 해도 결코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올해 쌀 수확예상고가 비교적 풍작을 가리키고 있었음은 이미 주지된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실질적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탓으로 농민을 궁지에 몰아넣고 있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당초 정부는 올해 쌀의 일반매상규모를 1백20만석으로 잡고 미담규모를 1백만석으로 잡아 이를 조작하면 쌀값을 적어도 정부매상가격인 가마당 3천3백6원선은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는데 쌀이 본격적으로 출회되기도 전에 산지시장가격이 정부매상가격을 훨씬 하회하도록 방치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와같이 쌀값이 폭락하도록 방치하게된 근본적인 이유는 재정안정계획 때문인 것 같다. 그러나 정부가 재정안정계획의 유지를 구실로 해서 미가폭락을 방치하는 것도 따지고보면 충분히 납득할만한 것은 아니다.
첫째, 농산물가격안정기금법이 요청하는 67년도기금 60억원을 67년도 본예산에 계상치 않고 차입으로 충당시킨 사실자체가 처음부터 미가지지정책을 도외시하는 조치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장 기획은 예산으로 계상하는 차입으로 계상하든 자금만 마련하면 된다고 국회에서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차입으로 계상하면 재정안정계획에 걸려 자금집행이 어렵다는 것은 상식이 아니겠는가.
둘째, 오늘날 통화량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주인이 차관의 과다도입에 있다는 사실은 상식이며 이의 억제를 각계에서 요청한지도 몇 달이 지났는데 이에 대한 대책은 강구하지 않고 단지 통화량증가를 구실로 미담자금이나 매상자금의 방출을 지연시키는 것도 합리적인 정책으로서는 있을 수 없는 것이라 아닐 할 수 없는 것이다.
지난 하곡가격이 폭락하여 가을 맥파종이 매우 부진하다는 보도로 미루어 보더라도 증산과 가격보장이 밀접한 관계에 있는 것임을 알 수 있는데 또다시 쌀값 폭락을 방치하여 식량자급정책에 타격을 주고 나아가서 균형있는 경제발전을 저해하는 어리석음을 저질러서야 되겠는가. 정부매상가격을 3천1백50원에서 3천3백6원으로 인상하여 농민의 생산의욕을 북돋워주어야 하겠다던 애초의 결의를 충실히 실천하기 위하여 미가지지정책을 과감히 집행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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