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아 유 레디?' 주연 김보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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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새까맣게 타서 속상하지만 열심히 일했다는 훈장으로 여기기로 했어요. 허벅지와 종아리에 난 무수한 상처도 '영광의 상처'지요." 영화 '아 유 레디(R U READY)?'(감독 윤상호)의 홍일점 단주희로 등장하는 김보경(26)은 "태국에 와서 늘 무엇인가에 쫓겨 뛰어다닌 기억밖에 없다"고 투덜대면서도 즐거운 표정을 감추지 않는다.

눈엔터테인먼트가 KTB 엔터테인먼트로부터 투자를 받아 제작하는 '아 유 레디?'는 국내 최초의 판타지 어드벤처 영화를 표방한 작품으로 테마파크에서 벌어지는 의문의 모험담을 담고 있다. 여기서 김보경은 남아선호사상에 어머니가 희생된 충격으로 남자에 대해 벽을 쌓고 사는 동물행동학 연구원으로 등장한다.

"저희 집안도 단주희네 집이랑 비슷해요. 제가 3녀 1남의 셋째딸인데 태어나자마자 적잖은 눈총을 받았지만 6년 뒤 밑으로 남동생이 태어나는 바람에 겨우 구박은 면했지요. 주변 어른들은 제가 터를 잘 팔아서 아들을 봤다고 하시더라구요. 여자많은 집에서 자라다보니 영화 속에서는 반대로 남자 틈바구니에서 지내는 역할이 자주 주어지네요." 서울예대 연극과 출신인 김보경은 화장품 CF를 거쳐 영화 '까'와 KBS 드라마 '학교4' 등에 출연하다가 지난해 '친구'에서 준석(유오성)의 연인 진숙 역을 맡아 비로소 '전국구 배우'가 됐다.

그는 '친구'의 폭발적인 흥행에 힘입어 여러 영화에서 '러브 콜'을 받아왔지만 신중하게 저울질을 계속하다가 단지 "재미있을 것 같다"는 이유로 '아 유 레디?'를 택했다.

"한동안 제 이름보다 '레인보'나 '진숙이'로 기억하는 분들이 많아 기분이 좋았어요. 그만큼 제가 영화 속 배역에 충실했다는 뜻 아니겠어요. 오는 7월 이후에는 '진숙이'보다 '주희'란 이름을 떠올리는 분들이 훨씬 많아질 겁니다." (상클라부리〈태국〉=연합) 이희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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