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스타열전] ⑧ 카를로스 vs 리자라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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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고추가 맵다'. 세계 최고의 왼쪽 윙백 자리를 다투는 호베르투 카를로스(29.레알 마드리드.1m68㎝)와 빅상트 리자라쥐(33.바이에른 뮌헨.1m69㎝)는 모두 키가 작다. 그러나 이들은 철벽 수비.재빠른 2선 침투.미사일 슈팅으로 상대 선수들의 얼을 빼놓는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장신 선수들을 휘젓고 다니는 이들을 볼 수 있다는 것, 그것은 또다른 기쁨이다.

◇ 카를로스

지칠 줄 모르는 체력으로 상대 공격수를 악착같이 마크하고, 틈이 보이면 왼쪽 진영을 유린하거나 폭발적인 프리킥으로 문전을 두드리는 모습은 바로 '작은 거인'이다. 수비수지만 카를로스의 플레이가 팬들을 매료시키고도 남는 이유다.

카를로스는 조금씩 그러나 꾸준히 자신의 능력을 드러냈다. 1990년 브라질 우니아웅 사웅 주앙팀에서 프로로 데뷔한 카를로스는 '괜찮은' 수비수로 이름을 알렸을 뿐이었다. 인터 밀란으로 옮긴 95년에야 이탈리아 세리아 A에서 여섯골을 터뜨리며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다. 피구.라울.지단과 함께 '무적함대' 레알 마드리드에 올라탄 카를로스는 98, 2000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면서 활짝 꽃을 피웠다.

힘과 속도에서 절대로 밀리지 않는 카를로스의 수비는 팀 동료 지단이 "프로 무대에서만큼은 그와 함께 뛰는 것이 다행"이라고 혀를 내두를 정도로 정평이 나있다. 스피드를 이용한 오버래핑과 강력한 킥도 수준급이다. 특히 'UFO킥'으로 불리는 시속 1백20㎞짜리 왼발 프리킥은 '그라운드의 전설'이다. 97년 6월 4개국 초청 프레월드컵 프랑스전에서 날린 32m짜리 왼발 프리킥이 오른쪽으로 날아가다 갑자기 왼쪽으로 방향을 튼 궤적이 UFO 비행과 같다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 리자라쥐

흔히 프랑스 '아트사커'의 주역은 지단.앙리.트레제게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버팀목' 리자라쥐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프랑스가 98 프랑스 월드컵.유로 2000 우승을 일군 비결은 막강한 수비 라인의 덕이고, 그 중심에는 리자라쥐가 단단히 버티고 있었다.

프랑스 수비 라인 가운데 키가 큰 드사이.튀랑의 주임무가 제공권 장악이라면 왼쪽 윙백 리자라쥐는 빠른 발을 이용해 적의 침투를 막는 역할을 도맡는다. 단순한 수비뿐 아니라 잽싸게 상대방의 공을 가로채 역공의 시발점을 제공하기도 한다. 패트리어트 미사일이 눈깜짝할 사이 크루즈 미사일로 바뀌는 셈이다.

유로 2000 결승전에서 이탈리아의 델 피에로를 꽁꽁 묶어놓았던 리자라쥐의 매운맛은 분데스리가에서도 정평이 나있다. 리자라쥐의 위대함은 덩치 큰 유럽 선수들과 맞붙어도 절대로 밀리지 않는 체력과 집념이다. 지난해 바이에른 뮌헨이 분데스리가 우승과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도 리자라쥐가 있었기에 가능하다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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