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1999년 레인저스 vs. 2002년 레인저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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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 레인저스의 최대 전성기는 1990년대 후반기였다. 이 시기에 텍사스는 94,96,98,99년에 각각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차지하면서 새로운 강자로서의 이미지를 굳혀가고 있었다.

특히 1999년은 팀타율 .295라는 엄청난 강타선을 앞세워 95승을 올리며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떠올랐던 해로 기억되고 있다. 물론 디비전 시리즈에서 뉴욕 양키스에 3패로 어이없이 물러나야 했지만 당시의 텍사스의 타선은 최강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그리고 2002년 지난 2년간의 수모를 뒤로 하고 박찬호 등의 투수진 보강과 더불어 1999년을 능가하는 최고의 타선을 구성하는데 성공하였다. 1999년의 레인저스와 2002년의 레인저스를 서로 비교하면서 올시즌 한국팬들의 새로운 홈팀이 된 텍사스의 예상전력을 알아보는 것도 재밌을 듯 싶다.

1999 : 마크 맥클레모어(2B)/ 이반 로드리게즈(C )/ 러스티 그리어(LF)/후안 곤잘레스(RF)/라파엘 팔메이로(DH)/ 토드 질(3B)/리 스티븐스(1B)/로이스 클레이튼(SS)/톰 굿윈(CF)

2002 (예상) : 프랭크 카탈라노토(LF)/칼 에버렛(CF) 또는 러스티 그리어(DH)/알렉스 로드리게즈(SS)/후안 곤잘레스(RF)/라파엘 팔메이로(1B)/이반 로드리게즈(C )/러스티 그리어(DH) 또는 칼 에버렛(CF)/마이크 램(허버트 페리)(3B)/ 마이크 영(2B)

1999년의 레인저스 타선은 가히 공포의 대상이었다. 주전 9명중 7명이 두자릿수 홈런과 2할 8푼이상의 타율을 기록하였다.

특히 이반 로드리게즈-그리어-곤잘레스-팔메이로-토드 질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은 상대팀에게 있어 공포 그 자체였다. 이들 중심타선이 합작한 홈런갯수만도 무려 165개. 당시 팀 최저 홈런을 기록한
미네소타 트윈스의 기록이 105홈런이라는 점을 감안 한다면 이들의 위력을 새삼 확인 할 수 있다.

특히 그 해 리그 MVP를 차지한 이반 로드리게즈의 활약은 눈부신 것이었다. 포수라는 포지션부담에도 불구하고 2번타자로 활약하면서 타율 .332, 35홈런, 113타점, 25도루 등 최고의 해를 만들었다.

하지만 적어도 2번타자로서는 별로였다. 99년 그는 무려 31개의 병살타를 기록하며 ‘병살타왕’이라는 불명예도 같이 뒤집어써야 했다. 전형적인 풀스윙히터인 로드리게즈에게 애초에 테이블세터로서의 2번타자를 기대한 것 자체가 무리일수도 있었겠지만 그의 병살타는 타선의 팀이 가지고 있던 화력을 감퇴시키는 요인임에는 분명했다.

2002년의 타선은 짜임새만을 놓고 본다면 99년을 능가한다. 우선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곤잘레스-팔메이로-I-ROD-그리어로 이어지는 공포의 타선이 재건되었다는 사실이다. 거기까지만도 상대팀은 거의 그로기상태에 빠진다. 하지만 ‘2억5천만달러의 사나이’알렉스 로드리게즈까지 듣는다면 혼수상태는 기본이다.

무엇보다 강해진 테이블세터진은 99년과 비교하여 훨씬 강해진 부분이다. ‘화이트 이치로’라 불리는 카탈라노토의 지난해 활약은 그를 최고의 리드오프 반열에 올려놔도 손색이 없는 것이었다. 신인 첫해에 타율 .330, 출루율 .391를 기록하였던 그는 거포들이 즐비한 타선에 보배와 같은 존재이다. 다만 아직 완전히 검증을 하려면 조금 더 지켜봐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변수는 2번타자로 예상되는 칼 에버렛. 문제아로 유명한 에버렛은 선구안에 문제가 있는 선수로 유명하다. 볼넷수에 비해 2-3배씩의 삼진을 당하는 에버렛이 팀배팅과 정확한 선구안이 요구되는 2번타자를 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무릎부상 후유증으로 걸음 역시 예전만 못하다. 하지만 스위치히터라는 점과 병살타를 잘 치지 않는다는 점 등은 희망적인 요소이다.

하위타선 역시 99년에 비해서 안정감이 있어보인다. 중심타자급인 이반 로드리게즈와 러스티 그리어가 6, 7번까지 내려올 정도면 그것은 더 이상 하위타선이 아니다.

상대적으로 9번인 마이크 영이 약해보이기는 하지만 그의 수비만은 일품이다. 타격을 강화한다면 케이브 케플러를 좌익수로 기용하고 카탈라노토를 2루수로 기용할 수도 있다.

결국 2002년의 텍사스의 타선은 최강 1999년을 능가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물론 뚜껑은 열어봐야 아는 것이지만 어쩌면 이 타선에서는 팀타율 3할을 기대해 봐도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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