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물로 가는 차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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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물'자동차 시대가 올 것인가. 물 자동차란 수소와 산소가 만나 물을 만들 때 생성되는 직류전류로 움직이는 자동차를 말한다.

미국 부시 행정부는 9일 앞으로 이 작업에 매진할 것임을 선언했다. 제너럴 모터스(GM).포드.다임러 크라이슬러 등 '빅 3'와 함께 기존의 휘발유 내연기관 엔진을 수소 연료전지(fuel cell)로 대체하겠다는 계획이다. 스펜서 에이브러햄 에너지부 장관은 이 작업을 '프리덤 카'프로젝트로 명명했다. 이걸 추진하기 위한 예산은 수주 내 발표하겠다고 그는 덧붙였다.

ABC 방송.뉴욕 타임스 등 미국 내 주요 언론은 이 계획이 미국의 수입석유 의존과 환경오염 문제를 종식시킬 수 있는 획기적인 일이 될 것이라며 큰 의미를 부여했다.

◇ 최소한 10년은 걸릴 것=수소 연료전지를 이용한 전류를 자동차 구동에너지로 사용하려는 시도는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하지만 연료전지의 효율성 제고가 늘 걸림돌이었다. 전문가들은 미국 정부가 이 프로젝트에 전력으로 매달린다 해도 10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한다. 에이브러햄 장관도 "이 계획은 장기적"이라고 말했다.

이 프로젝트는 지난해 5월 부시 대통령이 발표한 해외석유 의존도를 낮추는 것을 골자로 한 '국가에너지계획'에 바탕을 두고 있다. 미 정부는 이 작업에 본격 착수하면서 1993년부터 클린턴 행정부가 15억달러의 예산을 들여 추진해온 '고연비 엔진개발 계획'은 폐기한다고 밝혔다. 올해 연비 개선에 배정됐던 1억2천7백만달러의 예산도 새 프로젝트에 쓰기로 했다.

그동안 GM 등 빅3는 휘발유 1갤런으로 80마일을 달릴 수 있는 고연비 엔진개발을 위해 적잖은 정부 예산을 썼지만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세계 자동차업계는 동시에 디젤과 전기엔진을 겸용하는 '하이브리드'자동차를 만드는 작업에도 힘을 쏟아왔다. 도요타와 혼다는 1갤런의 휘발유로 40마일을 갈 수 있는 차를 개발한 상태다.

◇ 왜 연료전지인가=연료전지는 오염물질을 발생시키지 않는 데다 공기를 원료로 한다는 점에서 일찍부터 대체에너지 연구대상이 돼 왔다. 65년 미 우주선 제미니 3호에 처음 탑재된 후 아폴로.컬럼비아 왕복우주선 등의 전원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자동차업계에서는 90년대 들어 독일의 벤츠가 25㎾급 연료전지 10개를 사용한 연료전지 버스 등을 선보였다. GM도 몇가지 시제품을 개발한 바 있다.

◇ 국내 업계도 시도 중=산업자원부는 지난해 말 수소 연료전지를 태양열.풍력과 함께 대체에너지 3대 중점 개발분야로 정하고, 2004년까지 1백38억원을 들여 우선 주택용 연료전지를 개발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3월 산타페를 개조, 72ℓ 고압수소로 1백60㎞를 갈 수 있는 연료전지 차를 개발한 바 있다. 세계적인 연료전지 업체인 IFC와 공동 개발한 이 차는 최고 시속이 1백24㎞인데, 현대측은 성능개선 작업을 계속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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