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공중보건 비상사태 선포

중앙일보

입력

아르헨티나에서 의약품 품귀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9일 공중보건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페소화 가치가 급락함에 따라 수입 의존도가 높은 약값이 급등하고, 제약업체.도매상들이 약을 창고에 쌓아둔 채 시중에 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상당수 병원에서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계획했던 수술이 연기되고 있다.

도매상들은 달러 현찰거래가 아니면 좀처럼 약을 팔려고 하지 않는 가운데 병원.약국들은 은행의 환전업무가 중단된 상황에서 뾰족한 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주무부서인 보건부 장관은 새 정부가 출범한 지 1주일이 지났는 데도 아직 임명되지 않고 있다. 에두아르도 두알데 대통령은 일단 후안 파블로 카피에로 내각 부수석장관을 임시 보건부 장관에 임명, 사태수습의 책임을 맡겼다.

이와 관련, 브라질은 비상시에 대비해 보관 중이던 인슐린(당뇨병 치료제) 27만5천병 등 각종 의약품을 아르헨티나에 긴급 지원키로 했다.

금융시장 불안도 계속되고 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당초 방침을 뒤집고 10일에도 외환시장 거래를 중단하고, 증시도 휴장한다고 밝혔다. 현 상황에서 외환시장을 개장하면 어떤 혼란이 생길지 예측키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지난 6일 무역거래에 대해선 정부가 정하는 환율(달러당 1.4페소)을 적용하고, 일반 거래에 대해선 시장에 맡기는 이중 환율제도를 도입한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암시장에서는 달러당 1.5~1.6페소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한편 아르헨티나 정부는 예금자들이 은행에서 한달에 1천페소 이상 찾지 못하도록 한 조치를 약간 완화했다. 보통예금의 경우 한달에 1천5백페소, 저축예금은 1천2백페소까지 찾을 수 있게 했다.

그러나 2백30억달러에 달하는 달러 정기예금에 대해선 올해 말까지 동결하고, 내년 초 이후 단계적으로 찾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주정완 기자 jw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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