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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당 전당대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오늘 열린 민중당 전당대회는 유진오씨를 동당대통령후보로 공식 지명하고 총선에 임할수있는 태세를 갖추었다. 동당이 대통령후보를 지명하는데 당내인물중 마땅한 인물이 없어 당외로부터 유씨를 모셔왔다는것은 인재를 널리 구하고 등용한다는 의미에서 환영할만한 일이다. 유씨의 후보지명과정에 있어서 당내에서는 약간의 이견이 있었던 모양이지만, 이와같은 소수의견은 당내 민주주의의 능숙한 활용으로 만족스럽게 해결되어야하고 이점 우리는 동당의 움직임을 각별히 주목코자한다.
작년여름 한·일협상진행 과정에서 국민의 여망에 호응하여 통합단일야당으로 발족했던 민중당은 한·일협정비준파동때문에 심한 홍역을 치렀고 비극적인 분열을 면할수 없었다. 민중당의 강경파로서 동당을 이탈한 세력이 중심이 되어 발족한 신한당과 원내에 복귀한 민중당은 지금 이시기까지 상잔을 되풀이하여 야당부재상황에 부채질하고 있다는 것은 세인이 공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민중·신한양당의 지금까지의 대립·상쟁의 경위로 보아 이제 양당이 지난날의 대립을 극복하고 통합하거나 혹은 연립제휴할 가능성이란 거의 없을것 같다. 양당의 통합내지 연립제휴가 정권투쟁에 있어서 야당진영이 이길수 있는 전제조건이라는 것을 지각있는 국민이라면 누구도 시인을 아끼지 않고있다.
야당분열의 슬픈 현실과 야당통합의 높은 이상사이의 배난는 정권의 평화적교체에 정치개선의 기대를 걸고있는 국민에게 대단한 실망을 주고있다. 이런 실망이 경망으로 변하지 않도록 하기위해서는 양당이 비록 제각기의 입장에서 대통령후보를 내세우고 임전태세를 갖추어 놓았다하지만, 연립제휴를 의한 협상의 문호는 선거직전까지 널리 개방하고 있어야하며 가령 협상의 시도가 실패로 돌아간다 하더라도 양당은 서로들 상대에 대한 비난·공격을 릴절 엄중히 삼가도록 해야한다. 통합이 안되면 연립제휴를, 또 연립제휴가 안되면 상대를 우당으로 생각하는 입장에서의 선의의 경쟁이 야당의 존립과 발전을 위한 현명한 방법일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민중당이 이번 지명대회를 계기로 야당끼리의 비난·공격을 절대로 하지앉도록 하며, 또 그렇게 함으로써 상잔이 자아내는 야당공멸의 결과를 미리 방지해주기를 염원한다.
민중당은 지금까지 원내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유일한 야당이었다. 의석수로보아 간신히 원내 3분의1선을 넘는 소수당이었기 때문에 공화당의 독청·독주를 견제키위해서 많은 애로가 있었다. 이런 애로를 극복키위해 민중당은 원내투쟁을 전개하는데 있어서 가끔 선동적인 인기전술에 호소했고, 또 가끔 극한투쟁 전술에 호소했다. 후진사회 소수의견이 존중될줄 모르는 정치풍토속에서 소수당이 선동적인 인기전술이나 극한 투쟁전술에 호소한다는것은 부가피한 면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인기전술이나 극한투쟁전술이 야당활동의 전부가 되어서는 안된다. 적어도 건전야당이라면 이런 전술을 쓰기전에, 내지는 쓰는것과 동시에 당으로서 기본적인 정책체계를 갖추어 이를 적시에 국민앞에 제시할만한 능력과 자세를 갖추고 있어야한다. 더군다나 총선이 불과 7, 8개월밖에 남지아니한 이시기에 있어서는 선거전에 있어서 중요논쟁이 벌어질만한 문제에 관해 정당으로서의 견해를 명백히 밝히고 집권하게되는 경우에 있어서의 청사진을 뚜렷이 제출해야할 정치적 도의적 의무가 있는것이다. 우리는 총선이 인물선택이나 정당선택인 동시에 정책선택으로서의 성격을 분명히 띨것을 원하는 까닭으로 민중당에 대해서도 정책적 두뇌의 발휘를 요망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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