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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의 하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정치적 혼란과 적도의 더위를 연상케 하던 「자카르타」도 생각보다는 시원하고 안정감을 주고있다.
산이 많은 한국과 비교해 보면 우선 편편하게 펼쳐진 평지에 넓게 자리잡고 있는 「자카르타」는 훤하게 마음까지 터주는 것 같다.
서울처럼 오밀조밀 세워진 주택가를 보던 눈엔 띄엄띄엄 자리잡고 있는 집들은 종려나무 등 남국의 식물들은 호기심의 첫 대상이다.
서울서 「제트」여객기로 15시간의 거리밖에 안 되는 「인도네시아」는 「수카르노」의 좌경 중립주의 때문에 한국과는 교류가 없다시피 되어있던 나라이지만 「수하르토」 장군의군사정권이 들어선 후 갑자기 두 나라의 사이는 가까와지고 있다.
이미 「자카르타」에서 「코리아」라면 당연히 대한민국을 가리키게 된 지 오래다. 올해 들어와서 「자카르타」에는 서울사람이 많아졌다. 우리 총영사관의 활동이 활발해짐에 따라 상인들의 왕래가 잦아진 것이다.
「수카르노」 시절의 자취를 보여주듯 북괴의 대사관이 아직 남아있기는 하지만 그들의 존재는 거의 유명무실.
「자카르타」 사람들도 북괴 대사관 앞을 지나칠 때면 「중공의 심부름꾼」이라는 말을 던지면서 눈을 흘기는 일이 많다고 한다.
한국을 다녀온 국회의원·실업가들은 여러 가지 악조건 밑에서도 발전해 가고 있는 한국에 대해 앞으로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국에 관심을 쏟는 이들이 강조하는 점은 무엇보다도 인구과잉과 자본부족에 고민하는 두 나라의 공통된 과제와 외세에 시달려온 역사의 비슷함을 들어 함께 동정하기도 한다.
목재와 설탕·고무·석유 등 우리가 부러워하는 자원이 많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막상 휘발유 1「리터」 값이 우리 나라 돈으로 따져 15원 정도 밖에 안 되는 싼값으로 사고 보니, 이 나라와의 교역이 하루빨리 열려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해진다. 【자카르타=김능환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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