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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개 지방의료원, 공공성 따져도 A등급 단 두 곳뿐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의료계가 진주의료원 폐업이 몰고 올 후폭풍을 주시하고 있다. 다른 지방 의료원의 구조조정에 불을 댕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전국 34개 의료원의 경영 성적은 대부분 낙제점이다. 진주의료원 사태가 의료 소외계층에게 거점의료기관 역할을 하는 전국 의료원을 흔들어 놓을 기폭제가 될 수 있다. 진주의료원 문제를 계기로 각 지방 의료원이 놓인 현실과 대안을 짚어봤다.

공공의료원 A등급 2개에 불과


전국 34개의 지방의료원 실태는 진주의료원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들의 운영 실태를 분석한 결과, 공공성을 감안하더라도 경영현황은 엉망이었다.

본지가 보건복지부에서 지난 해 34개 지방의료원의 운영평가와 운영진단을 평가한 자료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양질의 의료와 합리적 운영·공익적 보건의료서비스 등의 영역에서 80점 이상(100점 만점)을 받은 곳은 김천의료원과 남원의료원 두 곳뿐이었다.

전체의 3분의 1은 60점 이하로 D등급에 불과했다. 현재 전국적으로 13개 지자체에 34개의 지방의료원이 운영되고 있다.

<평가등급별 기관 내역>

등급

해당 의료원

개소수

A 등급

(80점 이상)

김천의료원, 남원의료원

2개소

B등급

(80~70점)

강릉의료원,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 경기도의료원 파주병원, 경기도의료원 포천병원, 공주의료원, 군산의료원, 대구의료원,마산의료원, 목포의료원, 부산의료원, 안동의료원, 인천의료원, 청주의료원, 충주의료원, 포항의료원, 홍성의료원

18개소

C 등급

(70~60점)

경기도의료원 의정부병원, 서울의료원, 서산의료원, 순천의료원, 영월의료원, 원주의료원

6개소

D 등급

(60점 이하)

강진의료원, 삼척의료원, 속초의료원, 서귀포의료원, 울진군의료원, 제주의료원, 진주의료원, 천안의료원

8개소

복지부 공공의료과 관계자는 “지방의료원들의 현재 경영상황과 문제점을 엄밀히 진단해 개선과제를 도출하고 공공의료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해 추진한 것”이라며 “지방의료원의 특성을 고려해 공공성과 경영효율성을 함께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복지부 진단에 따르면 34개 지방의료원에서 2011년 한해에만 655억 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이들 중 당기 흑자를 낸 기관은 ▲김천의료원(10억 4800만원) ▲충주의료원(6억 3800만원) ▲포항의료원(3억 1600만원) ▲서산의료원(2억 1900만원) ▲청주의료원(1억 4900만원) ▲울진의료원(1억 2900만원) ▲제주의료원(1억 2700만원) 7곳에 불과했다. 이들이 낸 흑자는 26억 2600만원에 불과하다. 나머지 27개 지방의료원에서 681억 7000여만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당기 흑자를 낸 지방의료원 중 의료수익으로 흑자를 낸 기관은 김천의료원(1억 9700만원) 한곳에 불과했다. 서울의료원은 의료수익에서 358억원의 적자를 내고 결국 149억 원의 당기적자를 냈다.

이번에 폐업 조치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진주의료원은 75억 원의 의료수익 적자를 내면서 62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부산의료원은 의료부분에서 118억의 손해를 봤고 이는 2011년도 32억 3700만원의 당기적자로 이어졌다.

진료적자가 쌓이다 보니 부채 역시 계속 늘어났다. 2011년에 34개 지방의료원의 부채규모는 5140억 원에 달했다.

복지부는 지방의료원의 경영수지가 낮은 원인으로 입원환자의 수익성이 낮고 수익대비 인건비 단가가 높으며 투자가 비효율적이라는 이유를 꼽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들 지방의료원의 입원환자 수익은 유사규모 민간병원의 83% 수준에 불과하다”며 “그러나 인건비율은 민간병원 대비 157%로 높았다”고 말했다. 이어 “총 자본 투자액 대비 의료수익과 유형 자산 투자액 대비 의료수익이 낮아 투자 효율성도 떨어졌다”고 덧붙였다.

복지부는 공공성과 경영효율성 분석결과를 종합해 병원별 유형을 분류했다. 진주의료원은 의료취약도와 경영효율성 분석에서 모두 낮은 점수를 받아 개선필요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복지부가 4가지 유형으로 분류한 혁신필요형과 중점개선형, 지속발전형Ⅰ, 지속발전형 Ⅱ는 각각의 개선방향과 세부개선과제를 마련했다.

<운영진단 결과>

경영효율성

의료

취약도

중점개선형 (6개소)

삼척, 속초, 강진, 울진,

포천, 안성

지속발전형Ⅰ (8개소)

김천, 충주, 홍성, 서산, 공주,

서귀포, 영월, 이천

혁신필요형 (10개소)

강릉, 천안, 진주, 파주, 의정부,

서울, 제주, 수원, 순천, 인천

지속발전형Ⅱ (10개소)

원주, 부산, 대구, 안동, 마산, 군산, 포항, 목포, 남원, 청주

공공성과 경영효율성에서 모두 낮은 평가를 받은 혁신필요형은 강도 높은 운영개선 시행이라는 처방이 내려졌다. 경영개선에 따라 재정지원을 조정하고 진료과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라는 것이다.

중점개선형은 전면적 경영개선으로 경쟁력과 공공적 역할을 강화해야 하는데 인건비 대비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시설과 장비의 낙후도를 개선하라는 평가다.

지속발전형Ⅰ은 취약도 높은 지역으로 우수 공공병원의 표준모델을 발굴하기 위한 성과보상체계 구축과 보유자산의 수익, 창출력 제고 등이 내려졌다. 지속발전형Ⅱ는 경쟁력강화를 위한 특성 전문화와 재정지원의 선택과 집중이란 처방이 내려졌다. 의료부대사업을 통한 수익창출과 유휴시설, 장비 활용, 성과 보상 체계 구축 등이다.

김미희 의원(통합진보당)은 지난 해 국정감사에서 이 같은 지방의료원의 실태를 꼬집었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2012년 7월을 기준으로 34개 지방의료원은 6274억 원의 누적 적자와 1722억 원의 채무를 갖고 있는 상태”라며 “재정자립도가 높은 지자체는 공공의료에 대해 꾸준히 예산을 지워했지만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는 자립방침에 따라 채무가 누적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의료원에 투자를 하지 않아 시설이 낙후되는 게 재정적자 악순환의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오래된 의료원 건물과 낙후된 시설로 중산층 이상의 환자들은 내원을 꺼린다”며 “이는 의료급여 환자의 비중을 확대해 재정적자가 발생하는 악순환을 낳는다. 지방의료원의 의료급여 환자 비율은 30~35% 수준”이라고 말했다.

지방의료원에 대해 지자체가 갖는 안이한 인식도 지적했다. 그는 “지자체와 지방의회 등 상급기관이 지방의료원의 수익과 경영성과만을 중시하고 있다”며 “지자체의 정책실패로 병원이 피해를 입고 있다. 예를 들어 강릉의료원은 10년 동안 이전계획 때문에 증개축을 미루다 이전은 백지화되고 적자구조로 내몰린 상태”라고 말했다.

“정부 지원 늘리고, 의료원은 인건비 대폭 줄여야”

만성 적자의 늪에서 허덕이는 지방의료원을 살릴 묘책은 있을까.

통합진보당(국회 보건복지위) 김미희 의원은 현재 지방의료원에 대한 평가 잣대 자체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원가 70% 수준의 현행 수가정책 아래, 비급여에 대한 의존 없이 공공의료의 역할을 담당하는 지방의료원을 수지타산으로만 평가하는 게 애초에 잘못됐다”며 수익성 중심의 경영으로 지방의료원 문제에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공공병원의 특성을 인정하고, 정부가 과감히 지원정책을 펼쳐야 지방의료원이 정상화될 수 있다고 김 의원은 밝혔다. ‘유통법’, ‘상생법’을 통해 정부가 재래시장과 골목상권을 살리기에 나선 것처럼 ‘지방의료원 살리기 특별법’을 제정해 지방의료원의 부채탕감, 의료인력‧장비 확보를 위해 지원해야 한다는 것.

김 의원은 “중앙정부가 허약한 지방재정을 고려하지 않고 지방의료원 지원문제를 지방자치단체에 떠넘기며 그냥 죽지 않을 정도의 생색내기식 지원만 하고 있다”며 “필요하면 중앙정부에서 인수해 국립병원으로 하든지 아니면 일산병원처럼 건강보험공단 직영으로 운영하는 방법도 있다. 공공병원이 갖는 특성을 인정하고 경쟁과 수익이 아닌 지역거점병원으로서의 공공성을 중심으로 아낌없는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에서는 적자 경영의 원인이 되는 비용부터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공공의료과 관계자는 “지난 5년 동안 정부에서 2500억, 지자체에서 5900억 원을 전국 지방의료원에 지원했다”며 “적자 규모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 예산만으로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방의료원의 인건비 비율을 대폭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지방의료원 전체 의료수익 가운데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평균 70%로, 민간병원(45%)에 비해 꽤 높은 수준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높은 인건비 때문에 시설‧장비에 투자할 여력이 없어 민간병원과의 경쟁에서 밀려날 뿐만 아니라, 공공의료기관으로서 공익적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모범 경영사례로 꼽히는 충주의료원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현실성에 맞는 연봉 책정, 성과급제 등을 통해 인건비를 엄격히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지방의료원 경영 효율성에서 전국 최고점을 받은 김천의료원의 인건비 비율은 52% 수준이다. 원주의료원도 의사에 대한 성과급 제도를 강화해 적자의 폭을 줄여가겠다는 입장이다.

더불어 전문가들은 민간병원과의 차별화 된 역할을 지방의료원의 자구책으로 꼽는다. 예를 들어, 정부 차원의 질병관리사업체계에 지방의료원을 적극 편입시켜 공동 활동을 수행하도록 하거나, 공공보건의료기관들을 대상으로 협의체를 구성해 업무영역을 확장하는 식이다. 이를 통해 지역 의료서비스 전달체계 상에서 지방의료원의 위상을 구체적으로 정리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따른 예산 소요는 또 다른 숙제다.

지방의료원의 역할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공공성’과 ‘수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는 쉽지 않다. 어느 것에 중점을 둘지 목표 설정이 분명해야 한다는 것.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 관계자는 “지방의료원의 설립 목적은 ‘공공의료 서비스 제공’이다. 적자만을 이유로 폐업을 거론한다는 것이 설립 목적과 부합하는지부터 살펴봐야 한다”며 “지방의료원 운영 정상화를 위해서는 구체적인 대안 모색에 앞서 지방의료원 설립 주체인 지자체의 운영 의지가 앞서야 한다”고 말했다.

건강세상네트워크는 “가난한 서민들이 그나마 이용하고 있는 공공병원이 민간병원과 같은 상업적인 운영 논리로만 바라봐야 할 것인가”라고 지적하며 “정부나 지자체가 해야 할 역할은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확대하고 의료의 공공성을 확보하는 길 뿐”이라고 밝혔다.

오경아, 이민영 기자 okaf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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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아 기자 okafm@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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