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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FA컵 대회는 이변의 場

중앙일보

입력

프로·아마를 가리지 않고 모두에게 문호를 열고 있는 축구협회 (FA) 컵 대회는 국가를 막론하고 이변의 장 (場) 이었다.

지난해 한국에서는 실업팀 한국철도가 아시아 최강프로팀 수원 삼성과 국가대표 세 명 (김남일.김도근.김태영) 이 포진한 전남 드래곤스를 연파하는 기염을 토했는데, 이번엔 잉글랜드에서 2·3부리그 (세컨드·써드 디비전) 팀들이 프리미어리그 팀들을 연파하는 기적을 연출했다.

특히 2부리그팀인 카디프 시티는 현재 프리미어리그 선두인 리즈 유나이티드를 꺾어 잉글랜드 전역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잉글랜드는 프리미어리그 아래에 1·2·3·4부리그가 있어 2부리그라고 하면 다른 나라의 3부리그에 해당한다. 말이 좋아 프로일 뿐 축구에 뜻은 있지만 재능이 없는 선수들의 집합소라 할 만한 2부리그 팀이 프리미어리그 팀을, 그것도 이번 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아스날·첼시 등 명문구단들을 누르고 선두를 달리던 팀을 꺾은 것이다.

잉글랜드 2부리그 중위권인 카디프는 7일 (현지시간) 홈에서 벌어진 FA컵 64강전에서 리즈 유나이티드를 만났다. 결과는 보지 않아도 뻔할 것이라는 예상은 오산이었다.

카디프는 전반 12분 호주대표팀 에이스인 리즈의 마크 비두카에게 선제골을 내줬다. 이때까지만 해도 경기는 수순대로 풀려나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기적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전반 21분 카디프는 아일랜드 출신 그래햄 카바나의 직접 프리킥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이어 전반 43분. 리즈의 앨런 스미스가 자신의 셔츠를 잡아당기는 카디프의 수비수 앤디 레그의 얼굴을 팔꿈치로 가격한 뒤 퇴장을 당했다.

열 명만 남은 리즈를 상대하게 됨으로써 '축구드라마' 를 연출할 기회를 잡은 카디프는 후반 내내 혼신의 힘을 다해 리즈를 밀어붙였고 후반 종료 3분전까지 다다랐다. 코너킥을 얻은 카디프는 리즈 골문 앞에서 혼전을 벌이던 중 수비수 스콧 영이 천금같은 결승골을 뽑아내며 2-1 승리로 이변의 대단원을 장식했다.

비두카와 스미스 외에도 이안 하트·리 보이어·로비 파울러를 비롯한 최정예 멤버를 내세운 리즈였지만 끝내 카디프에 무릎을 꿇으면서 10년전인 지난 1992년 이 대회에서 4부리그 렉섬에게 1-2로 무너진 아스날의 치욕 이후 최대 수모를 당한 주인공이 됐다.

FA컵 대회 이변의 드라마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3부리그 하위팀 브리스톨 로버스도 이날 프리미어리그 팀인 더비 카운티와의 원정경기에서 3-1의 승리를 거두며 카디프의 이변을 재현했다. 이날 브리스톨의 기적을 일궈낸 주인공은 더비 카운티의 수비진을 헤집고 다니며 해트트릭을 기록한 네이슨 엘링턴이었다.

엘링턴은 전반 14분과 40분 연속골을 터뜨린데 이어 후반 17분 승부의 쐐기를 박는 세번째 골까지 성공시켜 경기 종료직전 (후반 43분) 한골을 만회한 더비카운티의 명성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더비 카운티 역시 이날 경기에 베니토 카르보네.파브리지오 라바넬리.말콤 크리스티등 공격수 삼총사에 프랑소와 그레네·루시아노 자바뇨등 리즈처럼 최정예 멤버를 내세우고도 잊지 못할 수모를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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