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없이 공급 줄여 D램값 일시 상승한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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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말이나 2분기에는 D램 가격이 다시 떨어질 수 있다'.

모처럼 가격 오름세로 신이 난 반도체 업계에 찬물을 끼얹는 소리가 슬금슬금 나오고 있다. 일부 애널리스트와 반도체 영업 실무자들 사이에서 '반도체 경기가 본격 회복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신중론이 나오고 있다.

이 가운데 진념(陳稔)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8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올해 반도체 회복의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했다.

陳부총리는 "지금의 반도체 가격상승이 PC 등의 수요가 늘어서라기보다는 업계 구조조정으로 공급이 준 때문이어서 본격적인 회복으로 보기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특히 업계에선 지난해 일본.대만 등의 D램 업체들이 상당 부분 퇴출됐거나 축소됐지만 경계선에 있던 몇몇 D램 업체들이 가격 인상으로 다시 전열을 가다듬을 경우 공급과잉 문제가 또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한다.

◇ 업계 재편 효과=지난해 세계 D램 업계는 삼성.마이크론 양강(兩强)과 인피니온의 중간강으로 빠르게 재편되며 세계 물량 70% 이상을 이들이 차지했다.

대신경제연구소 진영훈 연구원은 "D램부문에서 일본 업체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고, 대만업체들도 난야사 정도를 빼곤 모두 지리멸렬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반도체 불황은 메이저 업체들의 '동업자 죽이기'측면이 강했다.

D램 시장규모가 2000년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드는 와중에도 삼성.마이크론.인피니온 3사는 물량공격으로 한계 업체들을 밀어냈다.

1996~98년 불황 때 전 업체가 감산에 나선 결과 대만 D램업체만 키워줬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같은 속도로 가격이 오름세를 타면 가사상태로 보이는 업체들 중 몇몇은 다시 '기사회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 수요 뒷받침이 없다=현재 D램 가격을 끌어올리는 큰 요인은 ▶DDR(범용 제품보다 정보처리 속도가 두배 이상 빠른 고성능 D램)를 쓰는 펜티엄4를 출시한 후 DDR 관련 제품이 품귀현상을 보이고▶D램 업계의 구조조정으로 공급부족을 우려하는 가수요를 꼽을 수 있다.

이에 대해 반도체 영업 현장에선 ▶조만간 메인메모리가 그래픽까지 해결하는 칩셋이 나오면 그동안 그래픽용으로 팔렸던 DDR 수요가 줄 가능성이 있고▶가격이 더 올라가면 PC메이커들이 메모리 용량을 줄일 수도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 그래도 오른다=그러나 '그래도 오른다'는 입장도 만만치 않다.

삼성증권 임홍빈 반도체분석팀장은 "마이크론-하이닉스간 통합문제가 가시화되면 D램 시장이 확실한 양강체제로 확립되고 대형업체 지배력이 커지면 가격폭락 등에 보다 쉽게 대응하는 구조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또 PC시장에서도 생각보다 빨리 실수요자 중심으로 대체수요가 일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양선희.정철근 기자 sunn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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