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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가쟁명:임대희] 중국의 항공산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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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무렵, 필자가 김천(金泉)시와 성도(成都)시와의 자매결연을 주선했던 관계로 중국의 성도(成都)를 방문하였을 때에 중국 측의 호의로 항공기 부품 공장을 방문하게 되었던 적이 있었다. 아마도 그곳은 미국에서 생산하는 항공기의 본체를 만들어 보내는 것 같았다. 그런데, 몇 명 없는 직원들이 하고 있는 작업을 보니, 나사를 틀어서 뺐다가 다시 나사를 넣어서 조이는 작업을 반복적으로 하고 있었다. 나름대로 그러한 작업도 숙련도를 필요로 하는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였다. 지금은 그 때 보았던 장면과는 달리 큰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중국에서는 항공공업 분야에서 매년 25억 달러 어치를 수출하고 있으며, 매년 40%의 증가률을 보이고 있다.

중국에서 지금 항공공업에 적극적으로 달려들고 있다. 최근에는 고속전철 노선이 바둑판처럼 벋어가고 있기 때문에 조금씩 생각이 바뀌어가고는 있지만,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땅덩어리 넓은 중국으로서는 소형 항공기로 전국을 연결할 수 밖에 방법이 없지 않느냐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지금도 중국에서의 항공노선은 각지의 공항에서 하루에 한번이라도 뜰 수 있도록 짜여져 있다. 물론 이 노선이 고속철도와 겹치는 경우도 있지만, 새벽이나 늦은 밤에라도 운항하고 있다. 중국이 항공공업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기 시작한 계기는 1999년 유고슬라비아(Yugoslavia)에 있던 중국대사관 폭격이 계기가 되었다고도 한다.

2008년에 중국항공제1집단과 중국항공제2집단이라는 두 개의 항공 집단을 합병하여 중국항공공업집단(AVIC)이 형성되었다. 이 집단은 지면에서 30㎞ 이하의 대기층을 날아다니는 항공기 생산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는 군사상으로도 중요하지만 경제적으로도 중요한 지위를 가지고 있다. 그 산하에 여러 자회사가 있는데 이들 회사는 넓은 지역에 나뉘어 분산시켜져 있다. 이들 가운데 증시(證市)에 상장된 기업이 20여개나 되고 있다. 따라서, 비록 군수산업의 성격을 띠고 있더라도 이들 회사의 신제품등이 곧 바로 언론에 홍보되고 있다. 그 홍보에 따라서 주가(株價)의 변동이 나타나고 있다. 이와 같이 항공공업의 경우에는 어느 단계에서 상업성의 자본이 진입할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중국의 일반인들도 어느 회사에서 어떤 전투기의 어느 기종을 만들고 있는지 비교적 소상하게 알고 있다. 비교적 쉽게 이들 회사의 소식을 찾아볼 수 있지만, 이들 소식을 전체적으로 어떻게 체계적으로 설명할 것인지는 꼼꼼한 배려가 필요하다.

중국항공공업집단(AVIC)은 서안(西安)과 심양(瀋陽), 성도(成都)를 중심으로 크게 발달하고 있다. 서안에는 서안비행기공업[西飛]을 중심으로 조직되어 있는데, 주로 엔진을 중심으로 하는 부품 생산이 활발하다. 그런데, 이 지역에는 외국 기업이 많이 들어와 있다. 심양에는 심양비행기공업[瀋飛]을 중심으로 조직되어 있다. 항공모함에 탑재할 수 있는 전투기를 비롯하여, 무인정찰기 등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번에 중국의 항공모함(요녕함)에 잔(殲)-15기를 성공적으로 이착륙시킨 뒤에 급사(急死)한 뤄양(羅陽)씨를 중국 각지에서 안타까와 하는 분위기가 있다. 그는 심양비행기공업의 사장직을 맡고 있었다. 그러한 사정 때문에, 요즈음 국가경극원(家京院) 일행 54명이 해당 공장에 가서 위로 공연을 했다는 기사를 볼 수 있다. 성도비행기공업[成飛]는 중국형 전투기(超七; 殲-10)를 만들어낸 것으로 유명하다. 또한 군용 무인비행기를 생산한 것을 최근에 크게 선전하고 있다. 최근에 생산된 전투기(殲-20)에는 중국형 엔진을 탑재했다고 크게 홍보하고 있다. 물론 중국의 항공공업이 이 세군데에만 집중된 것은 아니라. 최근에 중국항공공업집단(AVIC)이 각 분야 전문책임자를 모집하는 광고를 보면, 광에너지연구소(洛?), 충전연구소(上海), 컴퓨터연구소(西安), 전자(北京), 우주항공기술(太原), 사이버(北京), 미전자(重?) 분야로 업무분담이 나오고 있었다.

중국에서는 어떤 산업을 발전시키는 데에, 그 시점에서의 세계적 기술 수준을 받아들이기 위해서, 자체적으로 비용을 들여서 투자를 하기보다는 각국과 합작관계를 벌인다. 외국의 각 기업이 그들의 기술을 가지고 와서 중국에 투자하도록 유도하고, 그렇게 들어온 외국 기업의 기술수준을 차츰차츰 받아들이면서, 그들 자신의 기술수준을 높이도록 노력한다. 그러한 노력 결과로서 나타난 것이 고속도로의 건설 기술이며, 원자력발전소의 건설이며, 고속전철의 기술이다. 앞으로 자동차 생산 기술이 얼마 지나면 중국 자체의 기술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또한, 슈퍼마켓의 운영기술도 이미 중국에 어느 정도 자리잡고 있다. 자체 개발에 굳이 힘들이기 보다는 외국에서 이미 개발된 기술을 갖고 와서, 생산해서 중국에 팔도록 하면서 중국은 차츰차츰 그들의 기술을 배워나가는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1979년에 세워진 중국항공기술수출입유한회사(CATIC)의 역할은 중국의 항공공업 정책에서 매우 중요하다. 2008년 이전에는 중국항공제1집단과 제2집단의 양쪽 집단에서 각기 50%씩 출자하여서 성립되어 있던 중국항공기술수출입회사도 2009년에는 방위산업과 민간부문으로 분리하여 “중국항공국제주권유한회사”과 “중국항공기술수출입유한회사(CATIC)”라는 AVIC의 자회사로 분리하였다. 전 세계에 30여개국에 해외회사를 두고 있으며, 50여곳에 투자기업이나 대표처를 두고 있는데, 전체 직원은 1만여명이 넘고 전체 자산은 240억위엔이 넘는다. 이 회사의 역할에 따라서, 항공공업과 관련된 많은 외국 기업들이 서안(西安)을 중심으로 투자를 하고 있다.

섬서성의 서안은 중국의 항공공업의 총자산이나 총생산가격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그 가운데 대부분이 항공기 엔진에 집중되고 있다. 우리가 주목할 점은 여기에서 추진되고 있는 엔진 개발은 대부분이 외국기업의 유치에 바탕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이 자체적인 개발에 경비를 들이는 것이 아니라, 외국 기업에 이득 기회를 제공하면서, 외국 기업이 중국에서 노력하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서안에 들어와 있는 외국 기업은 가령 유럽 에어버스(Airbus S.A.S.), 미국의 보잉(Boeing Co.), 영국의 롤스로이스(Rolls-Royce Holdings; 합금기술, 비행기 엔진)AMS, 스웨덴의 BIBUS, 프랑스의 사프란(Safran; 비행기 엔진), 브라질의 봄바르디(Bombardier Inc.), 이탈리아의 아베오(Aveo), 미국의 Pratt & Whitney(비행기 엔진), 미국의 제네랄 전기(General Electric Company; 비행기 엔진), 미국의 슐룸베르거(Schlumberger; 에너지 전문 업체), 독일의 티센크뤂(ThyssenKrupp AG)등을 예로 들수 있는데, 해당 분야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드높이는 브랜드가 모두 모여든 듯하다. 여기에 중국의 에어버스(COMAC919)나 에어콘 압축기술을 가진 경안그룹(中航工業慶安)도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중국에서는 지금 인도의 방갈로르(Bangalore)를 중심으로 하는 인도 항공공업의 비약적인 발전에도 주목하고 있다.

예전에 중국이 중소형항공기를 개발하고자 할 때에, 한국에서도 중국의 중소형항공기 개발계획에 참여할 수 있도록 배려해달라고 요청하였다. 그러나, 중국측으로부터 아무런 반응을 얻지 못 한 셈이다.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중국은 각 분야의 기술발전을 꾀할 때에, 외국에서 관련 기술을 충분히 가지고 있는 곳과 협조하여 해당 기술이 중국에 진출하도록 유도하여, 그들 기술을 본받아 중국의 기술로 만들어 나아가자는 전략을 짜고 있다. 당시에 중국이 배울만한 기술을 아직 한국에서는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한국은 중국의 여력을 아직 제대로 파악하지 못 하고 있는 듯하다. 중국에서 자금이 모자라서 외국의 힘을 빌리려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절약하려는 점을 한국측에서는 간과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쪽에서는 비용을 함께 지불하고, 공동으로 기술을 개발하려고 하였는데, 이 두가지 조건 모두가 중국에게는 매력이 없었던 셈이다.

필자가 일본의 지방국립대학에서 전임강사를 하고 있었을 때에, 중견 건설업체의 일본인 사장이 집으로 불러서 저녁대접을 해 준 적이 있다. 그 때에 사진3장을 보여 주면서, 이것이 무엇인지 알겠느냐고 물어보았다. 그 사진들은 베어링을 전자현미경으로 찍은 사진들이었다. 마치 달나라의 표면을 찍은 듯한 사진은 한국산 베어링이었고, 약간 곰보점이 패어있는 사진은 일본산 베어링이었으며, 나머지 매우 매끄러운 표면을 가진 사진은 미국산 베어링이라고 하였다. 이러한 베어링의 표면은 금속공업의 수준 차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베어링의 표면을 써서 만든 완제품의 기능에 큰 영향을 미친다. 가령, DVD에 표면이 울퉁불퉁한 베어링을 넣어서 완제품을 만들면, 열이 심하게 나기 때문에 효능이 나빠지는 것이다. 그 사장은 아마도 기초산업이나 기초과학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필자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듯 하다. 그런데, 지금은 한국의 자동차 공업이 발전하면서, 베어링의 정밀함이 세계에서 손가락으로 꼽힐 수 있을 정도의 수준에 도달해 있다. 이점은 상업적인 바탕에서 가능한 일이다.

얼마 전에 중국에 갔을 때에 만났던 중국인 연구소장이 나로호의 발사 장면을 보았다면서, 한국에서의 우주항공개발의 다음 단계를 질문해 왔다. 2020년 이전에 달나라에 우주선을 보내려는 야망에 차있는 것 같다고 했더니, 이 중국인 연구소장은 중국에서는 이미 우주공간에서 도킹까지도 성공했지만, 2020년에야 달나라 착륙을 계획하고 있는데, 한국은 발사체의 제1단계도 아직 자체 개발하지 않았으면서 중국보다도 앞서서 달나라에 가려는 계획을 하는 것이 과연 가능하겠느냐면서 매우 의구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1990년대 말기에 미국으로부터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던 적이 있는데, 그 40년 뒤에는 중국으로부터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게 되는 것일까?

요즈음 한국의 언론에서는 우주항공공업을 서둘러 발전시켜야 된다는 논조가 자주 올라온다. 우주항공공업의 개발에는 대외적으로 규정상 여러 가지 난관이 존재한다. 최근에 우주항공공업을 발전시키고자 하는 분들의 노력에 뿌듯한 감동을 느끼면서도 필자로서는 심심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발사 성공 장면을 바라보면서 필자도 뿌듯했다. 그러나, 그 10초 동안의 뿌듯함을 느끼기 위해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비용을 지불하였던 것일까? 다음 단계를 한국 독자적인 시도로 더 많은 비용을 들이는 것보다는 인도나 파키스탄과 공동 작업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은 아닐까? 더군다나, 달나라에 우주선을 보내서 토끼가 떡방아 찍고 있는 모습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국가재정에서 엄청난 비용을 써야한다는 데에는 더더욱 고개를 갸우뚱거릴 수 밖에 없다. 상업적인 방안이라도 있으면 모르겠으나, 국가 재정만으로 이를 감당하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할 것 같다.

임대희 경북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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