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값 급등, 하이닉스 협상 변수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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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램 값 급등세가 하이닉스[00660] 반도체와 미국마이크론테크놀로지간 `빅딜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양사가 협상테이블에 앉게된 동인(動因)이 D램 값 폭락에 있었던 만큼 가격이 다시 살아난다면 협상의 의미 자체가 크게 퇴색되는게 아니냐는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 주가도 덩달아 뛰면서 `독자회생'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판'자체가 깨질 가능성은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다만 협상조건과 내용면에서 적잖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분석이 유력해지고 있다.

◆ 하이닉스 연말 `적자'탈피 가능성 = 한달간 무려 세차례에 걸친 고정거래가인상은 하이닉스의 현금흐름을 개선하는 동시에 독자생존 가능성까지 부풀려 놓고있다. 128메가 D램 기준으로 D램 공급가격은 양사가 제휴협상을 공식선언한 지난달 초의 1달러 초반에서 2달러 초반으로 1달러 가량 올랐다. 하이닉스의 월간 생산량은약 5천만개(추정)로 추가로 5천만달러의 수입이 생겨나는 셈이다. 이미 지난달 128메가 D램 매출을 초과달성한데 이어 이달 들어서는 일부 제품의 경우 밀려드는 주문량을 소화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하이닉스의 고정거래가는 이미 1달러 후반대로 추정되는 현금원가(캐시코스트)를 넘어선 상태로 제조원가(2달러 후반)까지 꾸준한 상승탄력을 받을 것으로예상된다. 현재 현물가격이 워낙 빠르게 상승한 탓에 반도체 업체들이 오른 가격만큼 높은 고정거래가를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고정거래가가 현물가격보다1-2달러 높지만 작년 사상최악의 경기불황을 겪으면서 오히려 고정거래가가 현물가를 밑도는 기현상을 빚었다. 현재 현물시장에서 128메가 D램 가격은 개당 3달러에육박하고 있지만 고정거래가는 아직까지 2달러 초반대다. 따라서 앞으로 PC업체와의가격협상에서 고정거래가를 추가인상할 가능성이 높고 하이닉스로서는 이 경우 본격적으로 `이윤'을 챙길 수 있다.

하이닉스가 작년말 채권단의 지원을 끌어내는 과정에서 제시한 올해 D램 평균판매가격이 64메가 D램 기준으로 1달러. 128메가 D램으로 환산하면 2달러다. 최근의가격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올 상반기중으로 반도체 경기회복이 이뤄진다면 독자정상화도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올 4.4분기에는 당기순이익을 기록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 독자회생은 어려워 = 문제는 이런 가격상승세가 계속될지 여부다. D램 경기가 대세상승기에 접어들고 있다는데는 이견이 없지만 PC수요가 회복되지 않는한 현재의 강세국면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열흘 넘게 상승국면이이어지는데 따른 경계심리로 곧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다음달회계년도가 끝나는 일부 D램업체들이 또다시 덤핑공세를 펼 공산도 크다.

따라서 하이닉스 독자회생의 관건으로 지목되는 고정거래가 인상도 낙관하기는어렵다는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 고정거래가 인상은 현물시세가 꾸준한 상승세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대형 PC업체와의 신뢰관계를 고려해야 하는 측면도 강하다. 현물가격이 올랐다고 PC업체의 편익을 도외시한 채 무작정 고정거래가를올릴 수는 없다는 얘기다.

현재 빚 6조원을 짊어진 하이닉스가 생존하려면 고정거래가가 최소한 4.5∼5달러 수준에 이르러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영업이익을 남겨 빚을 조금씩갚으면서 운영자금도 쓸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 그러나 고정거래가가 아무리 급격히 오르더라도 3달러 벽을 뚫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업계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결국 D램 값 급등을 독자회생으로 연결짓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얘기다.

더욱이 하이닉스가 독자회생 또는 자력갱생으로 방향을 잡는다면 D램 값이 거꾸로 떨어질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하이닉스와 마이크론간 사업통합에 대한 기대감이 최근 D램 값 급등의 주요원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 협상은 크게 유리해질 듯 = 그러나 최근 D램값 급등으로 하이닉스의 협상력은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마이크론과의 매각협상이 진행중인 D램 부문의 자산가치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주가도 협상시작 당시의 배 가까이 올라있고 가격상승세에 따라 D램사업에 대한 미래가치는 더욱 높아졌다.

현재 하이닉스 D램부문의 생산설비만 6조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영업권과 지적재산권까지 감안하면 10조원 규모에 육박할 것으로 하이닉스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D램값 상승으로 협상분위기가 달라지자 마이크론이 오히려 다급해진 입장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D램 값 급등세가 계속 이어진다면 협상의 핵심내용인 제휴형태에서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본격협상이 진행중인 D램부문 완전매각 방안도 `필요조건'이라기 보다는 `충분조건'으로 변할 수 있다는관측도 나오고 있다. D램 부문을 완전매각하기 보다는 양사가 별도의 합작법인을 설립, 지분을 참여하는 형태로 `윈(WIN)-윈(WIN)'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마이크론과 채권단의 이해도 함께 얽혀있어 가능성을 속단하기는 어렵다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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