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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민석의그린세상] 박세리와 웨딩드레스

중앙일보

입력

98, 99년 매년 4승씩 거두며 골프여왕에 올랐던 박세리(24·삼성전자)는 2000년에는 단 1승도 올리지 못하는 슬럼프에 빠졌다. 올시즌을 앞두고 탐 크리비 코치와 콜린 칸 캐디를 영입한 박은 혹독한 동계훈련을 마치고 시즌 개막전 우승을 시작으로 지난해 부진을 탈출했다.

시즌 중반이후 승수를 쌓아 ‘여름의 아가씨’로 불렸던 박은 4월 롱스드럭스 챌린지에서 시즌 2승과 함께 통산 10승을 돌파하며 시즌 초반 징크스를 깼다.

8월에는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 우먼스 오픈마저 제패하며 2년안에 나비스코 챔피언십을 우승할 경우 최연소 그랜드슬램을 달성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박은 자신의 시즌 최다승인 5승(통산 13승)을 올렸지만 올시즌 한라운드 최저타 13언더파 59타 등을 기록하며 8승을 기록한 아니카 소렌스탐에게 골프여왕의 자리를 빼았겼다.

9.11 테러이후 투어 스케줄이 뒤죽박죽된 박은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다승왕, 상금왕 등 소렌스탐을 잡을 기회가 있었지만 휴식을 택하며 내년을 기약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오랫만에 본국에서 푹 쉬고 있었던 박에게 우울한 소식만 날아 들었다.

아버지 박준철씨가 C형 간염에 걸려 병원에 입원한데 이어 LPGA 데뷔후 지난해까지 박의 가방을 메던 제프 케이블로부터 ‘보너스 등이 체납됐다’는 소송을 당했다.

또 올시즌 5승을 합작했던 크리비 코치도 터무니없는 액수에 재계약을 요구해와 결별해야만 했다.

이런 악재속에서도 박은 지난 27일(한국시간) ‘아프가니스탄 어린이 돕기 2001 유니세프 자선의 밤 앙드레 김 패션쇼’에 모델로 나서며 고국팬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했다.

아스트라 골프웨어 모델로는 몇번 무대에 선적이 있지만 패션 드레스를 입고 나서기는 이번이 처음인 박은 프로모델 빰치는 날씬한 허리선과 각선미로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고 한다.

특히 마지막 무대에서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나와 패션쇼의 하일라이트를 장식했다. 그동안 인터뷰등을 통해 외로운 투어생활과 결혼관 등을 밝혔던 탓인지 웨딩드레스 차림은 자연스레 보였다.

내년시즌 웨딩드레스이상으로 골프웨어가 더 잘 어울리는 ‘골프여왕’ 박세리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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