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벌레 본부장도 가족의 날엔 칼퇴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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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구몬빌딩 교육장에선 인성교육 강의가 한창이었다. 강사로 나선 전성실(42) 서울 동광초 교사는 밥상머리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인성교육은 강의식 수업보다는 가족이 식탁에 앉아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나누거나 주제를 정해 대화를 해보는 등 일상생활을 통해 자연스레 가르치는 게 더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강의에 참석한 교원그룹(회장 장평순) 직원 60여 명은 두 시간 동안 수첩이나 노트에 강의내용을 꼼꼼히 메모했다. 이 강의는 교원그룹이 인성교육에 관심이 있는 직원들을 위해 마련했다. 교원그룹은 지난해 12월부터 매주 수요일을 ‘패밀리 데이(가족의 날)’로 정해 직원들이 가족의 저녁 식사 시간에 맞춰 퇴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내에서 ‘워커홀릭’으로 통하는 신형석(43) 전략기획본부장은 지난달 27일 아들 민규(9)의 밥상머리 교육을 위해 ‘칼퇴근’을 했다. 그는 강의에서 배운 대로 아들과 함께 동화책을 읽고 밥을 먹으며 대화를 이어갔다. 아내 우희정(40)씨는 “남편이 인성교육 강의를 들은 뒤로 아들과 대화거리를 만들기 위해 무척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정에서 밥상머리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기업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교원그룹이 직원 자녀의 인성교육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인성을 갖추지 않고서는 ‘진정한 교육’이 이뤄질 수 없다는 생각에서다. 우해나 교원그룹 커뮤니케이션팀장은 “학교폭력·왕따 등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교육사업을 하는 기업이 누구보다 먼저 인성교육을 직접 실천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교원그룹은 지난달부터 ‘빨간펜’ 학습지 독서관리 회원 10만 명을 대상으로 한 인성교육도 시작했다. 전체 수업 20분 중 5분을 인성교육에 할애하고 있다. 이를 위해 1만여 명의 빨간펜 선생님들은 지난해 12월부터 인성교육 연수를 받았다. 교원은 다음달부터 학부모를 위한 인성교육에 나설 계획이다.

이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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