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亞로 통한 발해 '담비의 길'

중앙일보

입력

일본 후쿠라항(港) 인근의 한 고대 유적지. 지난 3년간 항구 주변에서 발견된 발해 유적 중 '목간(木簡) '이 눈길을 끌었다.

발해 사신을 맞기 위해 정성껏 도로를 닦았다는 내용을 담은 증명서인 이 목간은 발해와 일본이 활발히 교역을 했다는 증거일 뿐만 아니라 발해의 사신이 일본으로부터 칙사 대접을 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정작 우리에게 발해는 아직도 베일에 싸인 채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는 고대국가 중 하나일 뿐이다.

2002년 새해를 맞아 KBS 1TV가 준비한 신년 스페셜 '역사 기획 발해'(5~6일 저녁 8시) 는 교역을 통해 중앙아시아까지 진출한 발해를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 제작진은 지난 6개월간 러시아.중국.일본 등 발해의 흔적이 남아 있는 광활한 땅을 누비고 다니며 그 발자취를 하나 둘 찾아나섰다.

5일 방영하는 1편 '아시아 네트워크-발해의 길'은 거란도.신라도.일본도 등 기존의 다섯개의 길 외에 중앙아시아로 진출한 '담비의 길'이라는 제 6의 교역로가 있음을 밝혀낸다.

담비의 길은 중앙아시아 상인들이 발해의 담비를 사기 위해 드나들었던 길.발해 또한 이 길을 통해 중앙아시아로 장도를 떠났다.러시아 연해주 지역과 시베리아 인근에서 각각 중앙아시아에서 쓰였던 은화와 청동거울이 발견된 것이 길의 존재를 입증한다.

6일 방영되는 2편 '대륙의 제국'에서는 학자들 사이에 쉼없이 논란을 빚어온 발해의 영토에 대한 재해석을 시도한다.발해의 최북단으로 알려진 마리아노프카보다 더 북쪽에 위치한 코르사코프에서 발해의 불상.허리띠.토기 등이 발견된 것은 발해의 영역이 훨씬 더 넓었을 것이란 추측을 낳게 한다.

그렇다면 발해의 수도 상경성의 모습은 어땠을까. 제작진은 1천3백년전 수도의 모습을 3차원 입체영상으로 복원했다(사진) . 당의 장안성에 이어 두번째로 큰 도성인 상경성은 성 전체 둘레가 무려 16㎞나 될 정도로 규모가 방대했다.

이연식 PD는 "발해는 인접국뿐만 아니라 중앙아시아까지 눈을 돌려 교역을 통해 영토확장을 꾀한 진취적인 제국이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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