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현장점검] 3. 불편한 숙박·편의시설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12월 26일 저녁 서울 황학동의 한 여관을 찾은 제르선 카스티요는 적지 않게 당황했다. 말만 월드컵 숙박시설 '월드 인'이지 주변 분위기나 내부 시설과 서비스 등 거의 모든 것이 값싼 러브호텔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음란 비디오 행상들이 호객을 하는 곳을 지나쳐 입구에 들어서니 전화로는 3만2천원이라던 방값을 3만5천원 요구했다. 첫 인상부터 좋지 않았다.

방도 마찬가지였다.변기가 고장났는지 묘한 냄새가 났고 욕실에는 샴푸가 없었다. 침대는 더블베드밖에 없어 어색했고 시내전화도 사용할 수 없었다.

더 불쾌했던 것은 옆방에서 들려오는 남녀의 소리였다. 방음이 제대로 안돼 마치 같은 방 한쪽 구석에서 나는 소리 같았다. 결국 1시간30분 만에 방에서 나와 환불을 요구하자 주인은 "이미 방에 들어갔으니 안된다"고 거절했다.

카스티요는 "다소 불편한 것은 참을 수 있지만 그 여관은 손님을 불안하게 할 정도였다"며 "밤에는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을 정도로 주변 분위기도 엉망이었다"고 말했다.

#1.난감한 예약 시스템

브리타 호프만(여)은 인천국제공항에서 서울시내 숙박 및 교통 정보를 알아보려고 안내 데스크를 찾았다.

종합안내데스크에서 "신촌에서 하룻밤 5만원 정도에 머무를 숙박시설을 찾고 싶다"고 했더니 "호텔안내 데스크로 가라"며 한글로 된 지도를 건넸다.

호텔안내로 가서 다시 똑같이 묻자 안내원은 "가장 싼 곳이 1박에 7만9천원"이라고 대답했다."어딜 가면 5만원 이하 숙박시설 정보를 얻을 수 있느냐"고 묻자 "모른다"고 했다.

호프만은 "저렴한 시설을 안내하는 곳을 알아보려고 114에 전화했다가 영어가 통하지 않아 결국 포기했다"며 안내정보가 부족함을 지적했다.

#2."마음놓고 쓸 화장실 없나요□"

"볼거리로 유명한 인사동에서 공중화장실을 찾을 수가 없었어요. 사람들에게 묻기도 쑥스러워 부근 빌딩을 몇군데 들어가 봤더니 대부분 화장실 문이 자물쇠로 잠겨 있더군요."

바오샤오둬는 "가까스로 한 곳을 찾았는데 너무 지저분하더라"고 했다.

깨끗한 지하철에 비해 지하철역의 화장실은 관리가 제대로 안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호프만은 "많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곳인데 화장지도 없고,청소를 제때 안해 휴지들이 쌓여 있었다. 다시는 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세키구치 아유미는 "거리에 쓰레기통이 너무 부족해 먹고난 과자봉지를 계속 들고 다녔다"고 했다.

#3.음식 홍보 부족한 식당메뉴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을 찾은 미국인 알리카 파슨스. 점심을 먹으러 5백여m쯤 떨어진 한국 식당에 들어갔다. 메뉴는 한국어로만 돼 있었고 주인은 외국 사람을 처음 대하는 듯 당황스러워했다.

"뭐가 어떤 음식인지 몰라 아무거나 시켰더니 엄청 맵고 짠 한국음식(해물전골)이 나와 먹지를 못했다"는 그는 "적어도 메인 스타디움 주변 식당이라면 영어 표기나 음식 사진을 함께 담은 메뉴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식당들이 외국 손님에게 한국음식을 즐거이 권하겠다는 생각을 해주길 바란다"는 게 현장 점검을 한 외국인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4.빈약한 공식 기념품점

월드컵조직위가 지정한 서울역 앞의 공식 월드컵홍보관에 간 바오.

그는 "문구류 몇점과 보석함.티셔츠 정도만을 비싼 값에 팔고 있어서 살 만한 게 없었다"며 "외국인 관광객들이 동대문시장이나 이태원 등을 선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키구치는 "하지만 동대문.남대문시장이나 이태원에서의 쇼핑은 가격표시가 없어 바가지를 쓸 수도 있다는 것이 외국인들의 생각"이라며 정찰제의 필요성을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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