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6개월 12일만에 햇볕본 정신병아들|살아있는고려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가난이 아들을 무덤속에 살게했다.
말로만 들어왔던 고려장 (고려장) 이 전북완주군구이면석구리1구 「흰박골」중턱에있어 세인을 깜짝놀라게 하고있다.
이곳에서 현대판 고려장을 당한 사람은 정신병환자인 29세의 천병윤 (가명) 씨.
천씨는 지난 3월23일가족들이 만든 고려장무덤속에 들어간이래 6개월12일째인 5일 경찰과 보건당국에 의해 햇빛을 보기까지 「콘트리트」 의 현대식(?) 무덤속에서 삶을 저주, 목숨이 지는날을 기약없이 기다리며 살아왔다. 거기에는 하루 세끼의밥을 넣을수있는 구멍과 그 뒤편에 뚫어놓은 공기구멍을 유일한 생명선으로 의지해왔다.
천씨는 전주공고를 졸업한뒤 21세에 군에지원입대, 만기제대를 앞두고 정신이상을 일으켜 육군병원에 입원, 치료를 받았으나 회복이 안되자 제대일자를 훨씬넘긴 62년2월에 병장으로 제대했다.
집에돌아은 뒤에도 여려 약을 썼으나 증세는 도리어 난폭해져가기만 했기때문에 없는 가산을 털어 병원에 입원까지 시켰다. 그러나 퇴원후에도 역시마찬가지. 다시 입원료를 마련할길이 없게된 가족들은 그를 고려장시키기로결정, 마을앞 「흰박골」중턱에 너비1평반 높이1 「미터」8O 「센티」 쯤되는 구덩이를 파고 「시멘트」로 무덤을 만들었다.
지난 3월23일 천씨를 병원에서 퇴원시킨 가족들은 수면제를 먹여잠들게 한다음 그를 무덤속에넣고 「시멘트」의 지붕으로 고려장을 했다. 밖에서 수거할수 있도록 변소가 만들어진 무덤안에는 이불과 요 그리고 석유등잔을 넣어주었다. 그리고 한달이면 5∼6권의 잡지등 책을 넣어주었다.
얼굴은 창백하고 머리는 더벅머리가 됐지만 아직도 원기가 왕성한듯 식성이좋고 말기운이 좋은 천씨는 『만일 내가다시 세상에 나간다면 자유를달라. 만일 자유가 없다면 차라리내놓지말라』고 했다가도 『내가 밖에나가면 다죽이고 편히살겠다』는등 횡설수설하는 바람에 식구들은 그에게 다시 햇빛을 쬐게할 생각을 아예 포기했었다.
하루세끼씩의 밥을 넣어주고있는 천씨의 어머니 양노파는 『오죽하면 자식을 고려장했겠느냐』면서 『돈없는 가난이 자식을 무덤속에서 살게한것』이라고 울먹였다. 【완주군구이면=고광준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