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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발언 적어온 朴, 말잇지 못하던 부분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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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7일 첫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 박근혜 대통령의 맞은편이자 허태열 비서실장의 오른쪽 자리가 비어 있었다.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내정자의 자리였다. 오전 10시 청와대 본관 회의실인 집현전의 사각 테이블에 박 대통령과 허태열 비서실장, 박흥렬 경호실장, 그리고 9명의 수석비서관이 모였지만 북핵이 현안인 상황에서 국가안보실장이 첫 회의부터 빠졌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엔 청와대 개편안이 포함돼 있다.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국가안보실장은 청와대 참모 서열 2위”라고 밝혔다. 그러나 개정안의 처리가 지연되면서 신설된 자리인 국가안보실장은 법적 근거가 없는 상태라 회의에 참석하지 못했다. 허 실장과 박 실장은 현행법에 따라 각각 ‘대통령실장’과 ‘경호처장’ 자격으로 나왔다.

 박 대통령은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안보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조직법이 통과되지 못해 안보 분야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셔야 할 분이 첫 수석회의에도 참석을 못한다는 것이 정말 걱정스럽고 안타깝게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라는 게 다 국민을 위한 것인데 이 어려움을 어떻게…”라며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런 뒤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 제가 융합을 통해 우리 경제를 살리기 위한 핵심 과제로 삼고 있는 미래창조과학부도 지금 통과가 안 되고 있기 때문에 하루빨리 국회에서 통과시켜 주셨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있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을 미리 적어와 읽었다.

 박 대통령이 지난 22일 한·미군 지휘부 순시에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를 처음부터 끝까지 수행시킨 데 이어 이날 김 내정자의 자리를 비워 두자 민주통합당을 압박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윤창중 대변인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다음 주에도 국무회의를 안 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비공개 회의 때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정책 기능을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하는 문제에 대해 양보할 뜻이 없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통신과 방송은 미래의 먹거리인데 양보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 창조경제를 공약하지 않았느냐”고 강조했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청와대는 앞으로 대통령이 주재하는 수석비서관회의를 주 1회, 비서실장이 주재하는 회의를 주 2회 열기로 했다. 박 대통령은 28일엔 공식 일정을 잡지 않았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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