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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능에 흔들리는 해초같은 女子, 니콜 키드먼

중앙일보

입력

길고 탐스러운 빨강머리, 주근깨가 박힌 통통한 얼굴, 동그란 청회색 눈은 니콜 키드먼의 외모를 항상 눈에 띄게 만들었다. 그러나 지난해 칸영화제의 개막작이었던 ‘물랑루즈’에서의 창녀 샤틴의 화려하고 눈부신 포즈와는 거리가 있었다.


호주의 TV스타에서 벗어나 할리우드 입성작인 ‘죽음의 항해’(1989)를 시작으로, 톰 크루즈와 공연한 ‘폭풍의 질주’(1990)는 그러나 니콜 키드먼의 영화가 아니라 톰 크루즈가 아내감을 발견한 영화가 됐다. 톰 크루즈 팬들의 질투로 그의 연기력은 갈수록 평가절하됐다.

‘빌리 배스게이트’(1991)에서 보여준 훌륭한 요부역조차 조연으로서의 가능성만 언급됐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 작품을 보면 10년뒤 그가 ‘물랑루즈’에서 가랑이를 벌리고 뭇남성들을 유혹하는 관능의 여인 ‘샤틴’으로의 변신이 느닷없는 끼의 발동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다.

니콜 키드먼을 한 명의 여배우로 알린 영화는 구스 반 산트의 ‘투 다이 포’(1995). 스타 앵커가 되기 위해 남편마저 살해하는 사악한 야심가의 모습은 관객의 혼을 빼놓을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섹시하고 유머 넘치는 이 블랙코미디로 키드먼은 첫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관능미 넘치는 배우로의 전환은 블록버스터 영화 ‘배트맨 포에버’(1995)에서 영웅 배트맨의 애간장을 녹이는 데도 유감없이 쓰였다.

니콜 키드먼과 톰 크루즈에게 ‘아이즈 와이드 셧’은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톰 크루즈와 함께 부부 역할로 출연한 ‘아이즈 와이드 셧’(2000)에서 그는 다른 남자를 욕망하는 솔직한 아내의 심리를 대변하고 있다. 괴짜로 정평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연출한 탓에 실제로 그들 부부 사이의 심리를 자극해 영화를 찍었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어쨌거나 두사람은 이 영화를 끝으로 10년간의 부부생활을 정리했다.

그렇다고 이혼의 결말이 니콜 키드먼에게 해로운 것만은 아니었다. ‘물랑루즈’(2001)를 빛낼 ‘찬란한 다이아몬드’를 찾던 바즈 루어만 감독은 뉴욕에서 연극에 빠져 있던 니콜 키드먼의 1인5역극 ‘푸른 방’을 보고 꽃바구니와 함께 메모를 보냈다.

“당신에게 맡기고 싶은 멋진 배역이 있어요. 그녀는 노래하고, 춤추고, 그리고는 죽는답니다.”
그것은 창녀 샤틴의 죽음이 아니라 진정한 여배우로 거듭난 니콜 키드먼의 탄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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