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성장세 회복 지원에 중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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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정책포럼에서 ‘글로벌 경제 상황과 한국 경제 전망’이라는 주제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 [뉴시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26일 통화정책과 관련해 “우리 경제의 성장세 회복을 지원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김 총재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틀째인 이날 국회에서 열린 ‘경제정책포럼 세미나’에 나와 “한국은행은 올해 중 물가안정 기조를 확고히 유지하는 가운데 국내외 위험요인 및 금융·경제상황 변화 등을 면밀히 점검하겠다”며 이처럼 말했다. 김 총재는 이어 “선진국의 재정감축, 일본 신정부의 확장적 정책운용 등 대외 경제 여건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국내 경기 회복이 지연될 가능성에 대비하겠다”고 했다.

김 총재의 이 같은 발언은 한은이 마침내 금리 인하 깜빡이를 켠 것으로 풀이된다. 금리 인하는 경기 회복을 지원하는 대표적인 통화정책이다. 경제 부흥을 바라는 새 정부 출범 다음날이라는 시간적 요소와, 국회라는 공간적 측면을 감안하면 한은이 금명간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그동안 시장에선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 타이밍을 놓쳤다는 비판이 많았다. 대통령 선거를 전후해 체감경기는 악화일로인 데도 한은이 넉 달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기 때문이다. 경제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로는 4분기 연속 1∼2%대, 전 분기 대비로는 7분기 연속 0%대에 그쳤고 20대와 30대 일자리는 줄었다. 한국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수출도 활력을 많이 잃었다. 더구나 지난해 말부터는 일본의 무제한 통화 방출로 촉발된 ‘엔화 약세’가 우리 수출전선을 위축시키는 악재까지 더해진 상태다.

하지만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3, 4분기 연속 1%대에 머무를 정도로 안정세를 보였다. 실물경기가 극도로 얼어붙고 있었지만 물가는 걱정거리가 아니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을 두고 세간엔 “물가는 안정돼 있지만 성장이 이뤄지지 않는 디플레 국면 초입으로 한국 경제가 진입하고 있는데도 한은이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일각에선 한은이 새 정부와 보조를 맞추기 위해 금리 인하 타이밍을 재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정작 김 총재는 이런 시각을 별로 부인하지 않았다.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은 서로 보완적인 관계이기 때문에 협의해서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것이 좋다”는 이유였다. 이런 정황을 종합할 때 김 총재의 이날 메시지는 새 정부 출범, 경제 성장을 중시하는 경제팀 인선 등으로 기준금리 인하 여건이 무르익었다고 판단했다는 신호일 수 있다. 연 2.75%에 묶여 있는 기준금리는 금명간 인하될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한은은 금리 인하와 별도로 시중은행을 상대로 총액한도대출 같은 직접적인 통화 방출 카드를 꺼내들 수도 있다.

  이상렬·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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