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개막식, "자연과 인간 소통 인류공존 메시지 전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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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개막식 연출을 맡는 손진책(55.극단 미추 대표.사진)씨는 평소에도 극도로 말을 아끼는 사람이다. 국가적인 중대사를 앞에 놓고서는 더욱 입이 굳어지는 모양이다.

세계 20억명이 지켜볼 것으로 예상하는 월드컵 개막식이다. 5월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상암동경기장)에서 벌어지는 프랑스와 세네갈의 개막전에 앞서 30여분간 펼쳐질 예정인데, 손씨는 그 막중한 임무 때문인지 "아직도 구상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사실 문화·예술이 강조되는 올림픽 개막식과 달리 월드컵의 그것은 소박하고 간결한게 특징이다. 역시 축구 경기가 주요 이벤트이지 문화는 그 다음이라는 얘기다."

그래도 손씨는 그 개막식 30분을 예술가 인생의 가장 빛나는 순간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개막식의 컨셉트는 한마디로 '소통'이다. 자연과 인간의 조화, 우주와 인간의 소통 말이다. 이를 통해 온 인류에게 조화로운 공존의 메시지를 주고 싶다. 축구공 같은 작은 하나가 그것을 실현할 수 있다는 희망과 함께."

개막식 구상을 위해 손씨는 지난 여름 중국 베이징에 열린 유니버시아드대회 개막식도 보고 왔다.지난번 프랑스 월드컵 등 이전 비슷한 대형 축제의 문화행사 테이프도 죄다 보았다.

"베이징 유니버시아드 대회 개막식은 무려 1만2천명이 동원된 '공룡급'행사였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그런 규모의 인원을 동원할 수 없는 형편이다. 그런 '집체쇼'는 애당초 불가능하다. 그래서 우리의 개막식은 볼거리의 '백화점'이 아닌 진수만 모은 '전문점' 형식의 이벤트가 될 것이다."

손씨는 시나리오도 자신이 직접 쓴다. 내용과 연출의 일관성을 위해서다. 특히 강조할 분야는 '정보기술(IT)'이 될 것 같다는 게 손씨의 귀뜸이다. 이를 효과적으로 살리기 위해서는 영상의 사용이 불가피한데 초여름 개막식 시간대(오후 7시30분~8시)의 어둠이 모호해 걱정이라고 한다.

"가장 좋은 모델은 '잔디의 아이들'을 주제로 한 프랑스 월드컵 개막식이다. 전통과 현대적인 감각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면서 미래 지향적인 메시지가 함께 담겨서 좋았다. 참가 단체와 예술가에 대해서는 아직 공개할 단계가 아니지만, 한국문화의 가치를 드러내는 것을 으뜸의 목표로 삼고 있다."

손씨의 이런 아이디어를 실현할 실무진은 제일기획과 금강기획에서 뽑힌 '태스크포스'팀이다. 조만간 참가 단체와 세트 제작 업체들을 대상으로 발주해 3월께 비공개 시연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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