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 임시대통령 "30년간 못한일 며칠만에 하라니…"

중앙일보

입력

아돌포 로드리게스 사 임시 대통령의 전격 사임은 임기를 놓고 계속된 페론당 내부 균열이 원인이 됐다. 선출 당시부터 논란이 됐던 이 문제는 그가 오는 3월 초 대통령선거 때까지만 대통령직을 맡는 것으로 정리가 된 듯했다.

그러나 최근 그가 경제난 수습을 이유로 페르난도 데 라 루아 전임 대통령의 잔여 임기인 2003년 말까지 대통령직을 유지하려는 뜻을 비추자 페론당은 극심한 내분에 휩싸였다.

로드리게스 사는 이 문제와 경제 대책을 논의키 위해 페론당 출신 주지사들을 소집했지만 참석 대상 14명 중 9명이 임기연장에 반대한다며 불참함으로써 회의는 무산됐다. 이에 로드리게스 사는 즉각 사퇴를 발표했다. 그는 "지난 30년간 못한 일을 불과 며칠 만에 해내라고 그들은 강요했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여기다 그가 취임한 뒤 제3의 화폐발행,일자리 1백만개 창출, 예금인출 제한조치 완화 등 의욕적으로 추진한 일들이 번번이 정치권의 반대에 부닥친 데다 폭력시위가 재발하는 등 민심이 다시 나빠진 것도 조기 사임을 부채질했다.

하지만 그의 사임에도 아르헨티나 문제는 좀처럼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악화하는 민심을 달래기 위해 예금인출제한을 풀었다가는 대량 예금인출 사태로 금융기관들의 연쇄 도산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상원의장의 연쇄 사임에서 보듯 정치권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면서 차기 선거를 위한 계파간 이합집산에만 열중이다.

곧 선출될 새 임시 대통령에는 1999년 대선 당시 아돌포 데 라 루아 전 대통령에게 패했던 에두아르도 두알데와 카를로스 루카우프 부에노스아이레스 주지사가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임시 대통령의 임기를 놓고 여전히 계파간 이견이 커 향후 수습전망은 불투명하다.

이런 상황이니 제3의 화폐 발행 등 경제 수습책도 당분간 표류가 불가피하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도 아르헨티나 문제에 대해 "국제통화기금(IMF)과 약속한 균형재정을 지켜야 한다"며 당분간 지원 의사가 없음을 드러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주정완 순회특파원 jwjo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