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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 "자주 열지만 속빈 강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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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경영 투명성과 주주 중심의 경영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기업설명회(IR)를 여는 기업들이 부쩍 늘었다. 최근엔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나서는 기업설명회도 자주 눈에 띈다.

그러나 증권업계에서는 기업설명회 횟수가 늘어난 것에 비해 내용은 기대에 못미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지난해 11월 공정공시제가 시행된 이후에 기업설명회가 더 부실해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IR 하면 주가 떨어진다=기업을 제대로 알리는 기업설명회를 하면 주가가 오를 것 같지만 반대 현상이 나타난다. 지난해 증권거래소에서 개최된 기업설명회는 모두 54건인데 설명회 3일 후까지 주가가 평균 2.58% 하락했다. 같은 기간 종합주가지수 낙폭(1.75%)을 웃도는 수준이다.

코스닥등록 기업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코스닥시장에서 설명회를 열었던 30개사는 설명회 이후 3일간 평균 주가 하락폭(4.96%)이 코스닥지수 낙폭(1.26%)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컸다.

한 대기업 기업설명회 담당자는 "기업설명회가 시장의 기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탓"이라고 분석했다.

◇공정공시 이후 부실화 가속=공정공시가 정보 비공개의 울타리가 되는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A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기업설명회에서 공시된 내용에 보충질문을 하면 '공정공시 위반'이라며 답을 피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펀드매니저.애널리스트.일반투자자들에게 실적.사업계획 등 기업정보를 동시에 평등하게 알려주기 위해 도입된 공정공시제의 취지가 무색해졌다.

일부 업체는 기업설명회를 자사 이익 챙기기의 수단으로 활용하기까지 한다. 지난해 말 설명회를 개최한 한 통신업체는 설명회 전 공시를 통해 합병 대상기업의 주식 매입가격을 알린 뒤 설명회에서 "이후론 그 가격 이상으로 주식 매입가를 쳐줄 수 없다"고 밝혀 해당 기업의 주주들이 서둘러 주식을 던지게 만들었다는 구설에 올랐다.

◇정보 불균형 심화=일부에선 공정공시제가 시행된 이후 기업설명회가 부실해지면서 애초의 의도와는 달리 정보의 불균형이 심화됐다는 지적이다. 공시를 통해 기본정보만 공개한 기업들이 고급정보는 외국계 기관이나 펀드매니저들에게 흘려준다는 것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해당 기업→잘 나가는 애널리스트→증권사 관계자 및 기관투자가→일반투자자'식의 정보피라미드를 깨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보다 내실있는 기업설명회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기업설명회 모색=기업설명회가 여전히 기업 홍보를 위한 유용한 수단인 만큼 다양한 방식의 설명회를 모색하는 기업들도 있다.

삼성전기의 경우 다음달 열리는 설명회를 인터넷으로 생중계할 계획이다.

상장.등록법인의 기업설명회 대행업체인 쿠도스의 이원규 이사는 "공시제가 활발해지면 단순 실적 발표에 그치는 기업설명회는 없어져야 한다"며 "좀더 자세하고 분석적인 내용을 담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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