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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택 나온 朴대통령, 진돗개 선물에 함박웃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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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박근혜 대통령(가운데)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잔디광장에서 열린 제18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연설대 오른쪽 맨 앞줄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윤옥 여사가 취임사를 듣고 있다.앞줄 왼쪽부터 송두환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김능환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 김황식 국무총리, 양승태 대법원장, 강창희 국회의장, 잉락 친나왓 태국 총리, 퀜틴 브라이스 호주 총독, 이 전 대통령 뒤쪽에 데이비드 존스턴 캐나다 총독, 사나나 구스마오 동티모르 총리, 김영삼·전두환 전 대통령, 이희호 여사. [김형수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주민들로부터 받은 진돗개를 안고 웃고 있다. [뉴시스]

25일 오후 1시12분. 박근혜 대통령을 태운 국산 에쿠스 리무진 방탄차량이 청와대 본관 앞에 멈춰섰다. 1979년 11월 21일 9일장을 치르고,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영정을 들고 두 동생과 함께 청와대를 떠났던 박 대통령이 여성 대통령의 자격으로 첫 발을 내디뎠다. 2층 집무실로 향하는 붉은 카펫이 깔린 계단을 올라가던 박 대통령이 잠시 멈춰서 벽에 걸린 그림을 바라봤다. 거대한 한반도 그림이었다. 한쪽 벽을 가득 채운 그림엔 백두대간과 한반도의 여러 산맥이 꿈틀거리듯 묘사돼 있었다. 취임식 내내 환했던 박 당선인의 표정이 엄숙해졌다. 한반도 그림이 끝나는 곳 가까이가 박 대통령의 집무실이었다. 박 대통령이 집무실에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에 대한 재가였다.

 이날 박 대통령은 23년간 머물던 서울 삼성동 자택을 오전 10시3분에 나섰다. 박 대통령에게 주민들은 1개월 된 진돗개 두 마리를 안겼다. 박 대통령의 강아지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것을 안 주민들의 배려였다. 박 대통령은 영애로 있던 70년대 청와대에서 강아지 ‘방울이’를 키웠다. 79년 청와대를 나올 때 데리고 나왔으나 야인 시절 방울이를 잃었다. 박 대통령은 2004년 미니홈피에 “방울이가 죽은 후 마음이 아파 강아지 키우기가 겁난다”고 적기도 했다. 삼성동 자택에서도 한때 동생 지만씨가 선물한 진돗개 ‘봉달이’와 ‘봉숙이’를 키웠으나 봉달이·봉숙이마저 죽자 개를 기르지 않고 있다.

 박 대통령은 주민들에게 “청와대에 데리고 들어가서 건강하게 잘 키우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박 대통령은 “큰 박수 받고 돌아오세요”라는 주민들의 환송에 “5년 후 밝은 얼굴로 돌아오겠다”고 화답했다. 퇴임 때의 성공을 다짐하고 각오를 다지는 모습이었다. 박 대통령은 국립현충원에서 국가유공자, 천안함 함장 등 36명과 함께 분향한 뒤 취임식장에 도착했다.

 이날의 하이라이트인 취임식에서 여성으로선 처음으로 군 통수권을 행사하게 된 박 대통령은 의장대가 ‘받들어 총’을 하자 주저하지 않고 오른 손바닥을 곧게 편 뒤 눈썹 앞으로 가져갔다. 첫 여성 대통령의 거수경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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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식을 마치고 박 대통령은 오픈카에 올라 서강대교 입구까지 카퍼레이드를 하곤 서울 광화문광장에 화사한 다홍빛 한복 차림으로 나타났다. 박 대통령은 복주머니에 담긴 365개의 국민 제안 중 3개를 뽑아 읽었다.

 박 대통령은 “우체국 비정규직 차별을 해결해달라”는 한 집배원의 메시지에 “임기 내 반드시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되도록 최대한 관심을 갖고 힘쓰겠다”고 말했다. 그러곤 청와대가 있는 효자동으로 향했다. 1시7분, 인근 청운·효자동 주민들의 환영행사장에 도착한 박 대통령은 “감회가 새롭다. 감회가 깊다”며 ‘감회’란 말을 두 번 반복했다. 주민들은 전국 17개 시·도의 흙을 섞는 합토식에 사용됐던 흙으로 만든 전나무 화분을 선물했다. 박 대통령은 “통합의 뜻을 잊지 않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청와대에서 총리 임명동의안을 재가하면서 공식 집무를 시작한 박 대통령은 오후 4시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취임 경축연회에 참석해 삼성동 자택을 떠나올 때 했던 ‘5년 후’에 대한 다짐을 더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박 대통령은 “국민행복을 꼭 현실로 바꿔서 취임 때보다 퇴임 때 국민들 마음에 오래 남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다. “국민만 바라보고 국민과 함께 동반자의 길을 걷겠다”고 하면서다.

글=강태화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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