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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전교조, 법 준수 요구 받아들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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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정부와 전교조가 정면 충돌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해직교사에게 조합원 자격을 주는 현행 조합규약을 고치라고 전교조를 압박하면서 이를 거부하면 노조의 법적 지위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전교조는 고용부의 움직임에 반발해 총력 투쟁을 선언했다. 현행 법규와 법원 판결을 고려할 때 전교조가 정부의 규약개정 명령을 따르는 게 순리다.

 전교조가 해직교사를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것은 관련 법을 어기는 처사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는 노조가 근로자가 아닌 사람의 가입을 허용하면 행정관청이 그 설립을 반려하도록 돼 있다. 시정 명령을 받고 30일 이내 이행하지 않으면 법적 노조로 보지 않는다는 규정도 있다. 관련 규정이 명백하기 때문에 전교조가 정부의 개정 명령을 거부할 법적 명문이 미약하다.

 전교조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의 사례를 숙고해야 한다. 고용부는 조합원 자격이 없는 해고자가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2009년 전공노의 노조 지위를 박탈했다. 전공노는 처분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1, 2심 모두 패했다. 최종심은 아니지만 현행 노동법의 관련 조항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 지금까지 법원의 판단이다.

 고용부는 2010년과 2012년에도 전교조에 규약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시정을 요구했다. 이미 충분한 시간을 준 것이다. 최근 일부 교육단체는 이를 문제 삼아 고용부가 위법을 방치하고 있다며 조속히 전교조의 법적 지위를 박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교조는 고용부를 야속하게 여기겠지만 정부의 미적지근한 태도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거세게 제기되는 상황이다.

 전교조는 대의원대회를 열어 정부의 움직임을 노동탄압이라고 규정했다. 전교조가 이런 강경 방침을 고수해 노조 자격을 박탈당하면 단체협약 체결 등 주요 노동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다. 전교조가 일선 교육현장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한 측면이 있지만 이념 과잉과 강경 노선에 등을 돌리는 교사가 적지 않다. 전교조는 고립을 자초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조합규약을 고치겠다고 선언해야 한다. 수십 명의 해직조합원을 보호하려고 수많은 현직 조합원의 이익을 해치는 잘못을 범하지 않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