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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선뚫고 만난 혈육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13명의 어부를 이끌고 극적으로 북한을 탈출, 일본에 망명을 요청한 민경태(31·황해도신천군온천면발산리)씨의 소식이 전해지자 누구보다고 기뻐한 것은 서울에 살고 있는 민씨의 고모 민화식(39·서대문구북아현동814)여사와 일본 「시모노세끼」부영사로 있는 삼촌 민충기(45)씨를 비롯한 사촌 형제들이었다.
남한에 살고 있는 민씨의 가족은 모두 5명.
사촌형 민경철(36)씨는 육군중령으로 중앙정보부에 근무하고 있고 역시 사촌형인 민경찬(35·경기도의정부시의정부2동168·운수업)씨 그리고 두 사촌 누님 민경화(43·동대문구제기동146) 민경주(40·육사군의관 이재곤 중령부인)여사가 있다. 의정부에서 「택시」1대를 굴리고 있는 민경찬씨는 동생 경태씨의 소식은 신문을 통해 읽고도 반신반의했다면서 찾아간 기자에게 『그저 꿈만 같다』고 기뻐했다.
『고향에 계신 부친(민복기·55·농업)의 안부가 제일 궁금하다』며 하루 빨리 만나고 싶어하는 경찬씨는 16년만에 만나게 될 동생 경태씨가 어릴적에는 『매우 순하고 말이 없는 애』였다며 눈을 지그시 감았다.
이번 북한탈출에 성공한 민경태씨는 고향에 부친 민능기(50)씨와 여동생 양희(23)양을 비롯 세 가족을 남겨두고 온 것으로 밝혀졌다.
【동경=강범석특파원】평신정 망명 요청사건의 주동자 민경태씨는 19일 하관형무소에서 극적으로 사촌형인 하관부영사 민충기씨를 만나 눈물의 회포를 나눴다. 일본해상보안청의 조사를 끝내고 이날 구속 송청된 민씨를 면회하고 나온 사촌형인 민 부영사는 1948년 북한에서 월남한 후 처음으로 뜻밖의 사촌동생을 만났다고 말하면서 눈시울을 붉히고 있었다.
고모 민화석(39)여사도 조카의 탈출소식을 듣고 한밤을 뜬 눈으로 새워가며 충혈된 눈물을 글썽했다.
46년 고향에서 지금의 남편 유현영(42·한일은행 본점 관리부)씨와 결혼하자마자 월남한 민여사는 20년만에 만나게 될 조카의 변모를 상상하며 기뻐했다.
민여사는 승한(18·성동공2년)군을 비롯 아들 5형제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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