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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과학] 미국 등서 '방수책' 속속 나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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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3면

노트북 컴퓨터와 개인휴대단말기(PDA) 등이 아무리 발전해도 종이의 아성을 깨기가 여간 쉽지 않을 듯하다.

단말기로 보던 내용을 프린터로 뽑아봐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뿐 아니라 한장한장 넘겨가는 '책 읽는 재미'를 새로운 기술이 채워주기는 여전히 미덥잖기 때문이다.

종이 또한 디지털 시대에 맞게 새옷으로 갈아입는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 미국과 대만이 플라스틱 종이를 개발하는 데 성공, 적극적인 상용화에 나섰다. 스킨스쿠버를 하거나 목욕 중에도 물에 젖을까 염려할 필요없이 편리하게 독서를 즐길 수 있는 방수(防水) 책이 시중에 나온 것이다.

기존의 신문과 함께 배달되는 광고지처럼 펄프로 만들어진 종이 위에 코팅을 한 것이 아니다. 처음부터 종이의 성질에 가깝게 만들어낸 석유화학 제품들이다.

미국에서는 뉴욕의 출판사인 멜처미디어사가 이 기술을 개발해 '듀라북스(Durabooks)'로 이름 붙였다. 이 기술로 만들어진 책은 물을 흡수하지도 않고, 찢어지지 않으면서 신축성 있게 늘어나는 성질을 지녔다. 단지 포도주를 떨어뜨렸을 때 약간의 얼룩이 질 뿐이다.

이 같은 방수 책에 대한 수요가 얼마나 많을지 의문이지만 멜처미디어사 관계자는 "최근 물 속에서 가볍게 볼 수 있는 '아쿠아 에로티카'와 같은 화보 위주의 책들이 12만부나 팔려나갈 정도로 기대 이상의 판매 호조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어린이용 방수 책을 선보일 계획이다. 부모들이 아이를 목욕시키면서 얌전히 있도록 동화책을 들려주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스킨스쿠버 다이버들도 바다 속에서 해양생물에 대한 도감을 휴대, 참조할 수 있는 등 이 책의 실용화가 계속될수록 응용가능한 분야가 늘어날 것이라고 멜처미디어사는 예상했다.

대만 포모사그룹에서 개발된 '백진주'도 멜처미디어사에서 개발한 것과 같은 플라스틱 종이이다.지난해 포모사그룹 왕융칭(王永慶) 회장의 자서전 발간에 쓰이면서 국내에 처음 소개됐다.

기존의 종이를 이용해 책을 만들 때와 비해 전용 잉크를 사용해야 하는 등 제작비용이 2.5배 더 들어간다는 점이 흠이다. 대신 종이생산을 위해 나무를 베어낼 필요가 전혀 없고 사용 후 회수, 다른 플라스틱 제품으로 재활용이 가능해 환경친화적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 또한 벌레도 먹지 않고, 찢어지지도 않아 중요 문건의 영구 보존에 매우 적합하다는 점을 내세운다.

포모사그룹의 한국지사인 포모사코리아 김정환 과장은 "이 같은 특성으로 최근 뉴질랜드에서는 '백진주'를 이용해 위조가 불가능한 지폐 생산을 추진 중이다"고 귀띔했다.

이처럼 한번 인쇄되면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종이가 개발된 데 반해 수만번을 쓰고 지울 수 있는 전자종이의 개발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전자종이는 노트북 컴퓨터의 액정화면 같은 화면 표시장치를 종이처럼 얇고 촉감도 비슷하게 만든 것으로 입.출력이 자유로운 것이 장점이다. 세계적으로 제록스와 MIT의 연구소 '미디어랩'이 전자종이 개발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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