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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취재망을 통해본 전국의 실태|풍년가을 맞는 농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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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개국이래 대풍」「단군이래 대풍」이란 푸짐한 수식어가 튀어나와도 쌀산지에 쌀이 독나는 농본국. 이것이 단군이래의 우리농촌의 자화상일는지도 모른다. 42만섬(6만톤)이 수출되고 한편으로는 대만미 6만「톤」이 수입되는 부산·인천항의 표정은 어느모로보면 우리나라 농업정책의 일면을 드러내는 「아이러니」이기도하다. 풍년이들어 그동안 진 빚좀갚겠다고 쌀을내놓으면 생산비도 안되는 헐값에 농민들은 가슴을쳐야했고 헐값에 팔고나면 쌀값은 오르기시작, 농민들은 다시 비싼쌀을 사먹기에 눈물을 뿌려야 한다. 「막걸리자금」이라고 불려진 영농자금으로는 모자라 고이자를 써가며 농사짓고보면 풍년을 막론하고 이러한 악순환만 되풀이되고 있는 셈이다. 본사의 전국취재망을 통해본 요즈음 농촌의 실정은 어떠한가. <지방부>

<병충해있어도 예외없이 풍작>
전국각지에서 들어온 농촌소식은 예외없이 대풍. 농림부가 발표한 수곡예상량 3천15만석을 육박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를테면 수해가 많았다는 경기도내 임해지방은 각종 병충해가 심한데도 평년작의 10%증산은 무난할것으로 내다보고인다.
강원도 내륙지방은 수해가 심한데다 병충해마저 겹쳐 상당한 감수가 예상된다고하나 도내 전체로 볼때는 지난해보다 14·5%의 증산이라고 당국자는 장담하고 있다.
이 두지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대풍. 경남의 경우는 금년 수확목표보다도 12·9%가 증산될 것이라하고 곡창인 호남평야도 금년도 증산계획량을 초과수확케 될것이라는 현지소식이다.
대풍에다 6만「톤」의 대만쌀을 긴급쌀을 긴급수입한 정부의 처사로보아 올가을 쌀값은 청주지방의 경우 가마당 3천5백원선을 넘기 어려울것이라고 농민들과 미곡상인들은 내다보고있다.
최근도매 4천90원까지 올랐던 곡창전북지방의 쌀값은 15일 현재도매 3천8백60원에 머무르고 있으나 추수기의 쌀값은 80「킬로」들이 가마당 2천1백50원선으로 지금 성행되고있는 입도선매가격을 넘지 못할것이라고 성급히 점치는 사람까지있다.

<산지따라 다른 추수기의 쌀값>
경북 칠곡면읍내동 유모씨도 『지난번 보리값이 폭락된것처럼 쌀값도 최저2천5백원선까지 떨어지지 않을까…』걱정이라 했다. 이같은 농민들의 기우에 반해 정부는 추곡매수가격을 80「킬로」들이 한가마에 3천3백72원으로 굳혀 50억원의 재원으로 최소한 적자영농을 면하게하고 쌀의 적정가격을 유지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전북옥구군 농협은 금년도 벼석당 생산비를 3천7백80원으로 계산, 정부산출생산비2천9백22원보다 8백58원, 정부의 매수가격보다 4백8원이 더많은 생산비를 셈해냈다.
옥구군이·동조합장들은 정부가 미곡생산비를 계산하는데 토지자본이자를 연1할로 잡았기 때문에 생산비가 싸다고 지적, 금리현실화를 따라 토지자본이자도 연2할5푼은 계산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올해 매수가의 불합리는 재정안정계획상에도 연간 물가상승율이 7%로 계상되어 있는데 유독쌀값만은 제자리걸음을 치고 있다고 어느독농가는 투덜댔다
쌀값이 생산비 이하이기 때문에 중농이상은 몰라도 5단보미만소유 영세농가(전농가의 42%)는 해마다 빚만 늘어왔다.

<농협빚 사채등 경남은 적은편>
전북농협에 의하면 도내 26만6천5백호의 농가는 가구당 평균3천4백원의 농협부채에 파묻혀있다. 산골인 강원도에서는 도내 13만8천가구의 농가가 8월말현재 가구당 4천8백원에서 5천원의 농협빚을 짊어지고 있으며 사채는 도내 전농가의 70%가 짊어졌을 것이라고 도농협당국자는 밝혔다.
충북과 인천시 및 부천군의 경우는 농가호당 1만원의 농협빚과 사채. 경남의 경우는 농가마다 8천5백원의 농협빚과 3, 4천원의 사채는 누구나 짊어진것이라 한다. 농협 빚이란 영농자금·외상비료값·미담융자금·농약대금·고리채정리대금등이 대시를 이루고 있다.
사채의 경우는 입도선매에다 금년에는 입도선매·노동선매등 갖가지 선매「붐」에 장려쌀등이다.
금년에는 입도선매인 경우 쌀한가마값이 2천원(경남지방)에서 2천1백원(전북)까지 노동선매인 경우 가을에 논한마지기를 거둬준다는 조건으로 8백원을 당겨쓰고 있다.(칠곡의 경우)

<농가 빚갚으려 정부서 7억원>
입도선매는 진도의 경우 모심기만 겨우끝낸때에 1억원을 꾸어쓰고 가을에 쌀한가마를 갚기로하고 있다 이것뿐만 아니다. 궁색한 영세농민들은 가을에 추수를하면 우선사채를 갚아야하고 쌀밥몇면 먹다보면 연말께는 농협의 농자금 강력회수 때문에 갚을것이 없는 영세농민에게는 가재도구에 차압딱지가 붙는 것이 예년에 겪는 고충이다.
정부는 이런 갖가지 빚을 막으려고 7억원의 자금을 각도에 풀도록 조치중이다.
더구나 5년전 군정이 농어촌 고리채 정리를 단행할때는 부채규모는 80억원(8백억환)이던것이 정리를 끝내기로된 지난 5월말현재 오히려 2백50억원이란 빚더미가 쌓였다.
65년말현재로 정부당국이 조사한 농가평균부채는 1만5백70원으로 64년말 농가부채(농협조사)인 7천5백75원보다 2천9백 95원이 늘어나 가구당 39·5%의 증가율을 나타내고 있다.
그나마 짊어진빚도 34·9%인 3천6백86원만이 농사를 위해 쓰여지고 나머지 ^^<>5.1%에 달하는 6천8백84원은 생계비·자녀교육비·조세공과금·채무반제금등으로 충당되고있는 형편.

<곡가하락 비해 농기구등 올라>
이와같은 농가 빈채의 격중은 65년의 농작물작황이 전년에비해 0·6%감산된것과 도매물가가 10%상승 농기구값이 15·9%나 올랐는데 반해 곡물가격은 6·3%가 오히려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련의 악순환은 65년의 농가소득이 64년보다 10·7%나 적어진 결과를 빚었다
전국 호당 농가소득은 11만2천2백1원으로 64년의 12만 5천6백92원에 비해 무려 1만3천4백91원이 줄어들었다. 이 때문에 가계비지출마저 64년(10만1천1백18원)에 비해 0·6%가감된 10만 4백92원으로 줄었다.
이는 무엇보다도 쌀값이 적정가격을 받지못하고 한가마(80킬로·산지값) 2천6백원까지 떨어지는등 곡물가격의 폭락에 그원인이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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