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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 노하우 전파에 실버 바리스타 양성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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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1호 24면

스타벅스커피 코리아 소속 바리스타들이 재능기부의 일환으로 카페 이스턴의 할머니 바리스타들에게 다양한 커피 음료 제조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스타벅스커피 코리아]

박근혜 정부 출범을 앞두고 재계에선 경제민주화와 관련된 사회공헌이 ‘뜨거운 감자’다. 사회복지단체에 거액의 기부금이나 현물을 내놔도 그 효과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답답한 경우가 많다. 기부금을 적게 내면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 기업’이라는 눈총도 무섭다. 기존 방식에다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쌓은 노하우를 활용하는 재능기부형 사회공헌이 등장해 눈길을 끈다. 직원 참여 자원봉사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일자리도 창출한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는 지난해 연말부터 60세 이상 노인들이 운영하는 카페 리모델링과 매장 노하우를 전수하는 ‘재능기부’를 시작했다. 그간의 재능기부가 기부자 개인이나 법인에 그친 데 비해 임직원 참여까지 확장했다는 게 특징이다. 현장을 가서 확인해 봤다.

진화하는 스타벅스커피 코리아의 재능기부 현장을 가다

21일 서울 남가좌동 서대문종합사회복지관 1층 ‘카페 이스턴’. 30㎡(약 9평) 남짓한 카페에는 커피 향이 가득했다. 오렌지 빛 조명과 조용히 흐르는 음악은 여느 카페와 다르지 않다. 다른 것은 60세 이상 노인 6명이 운영한다는 점이다. 이 카페가 처음 문을 연 것은 2008년.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보건복지부의 지원을 받아 지금 자리에 들어섰다.

현금·현물 기부 넘어 재능기부로 진화
설립 취지는 좋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손님이 줄어든다는 게 고민이었다. 문을 열 때부터 이곳에서 일한 노정열(67) 바리스타는 “처음엔 제법 장사가 됐지만 점점 시설이 낡아지면서 손님이 줄었다”고 말했다. 커피 맛이 인근 카페에 뒤진 것도 한 원인이다. 매출이 줄면서 좋은 원두를 구매하지 못해서다.

희망이 보인 것은 지난해 여름부터다. 카페가 문을 연 뒤 바리스타 교육을 전수하던 스타벅스커피 코리아 측이 나섰다. 리모델링과 노하우를 전수하기로 한 것이다. 이 회사 이석구(64ㆍ사진) 대표는 “새로운 방식의 사회공헌을 고민하던 참에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 카페 운영이라 이를 접목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일부 건설사가 집짓기 봉사를 통해 재능기부를 하기도 했지만 이 회사처럼 인테리어 비용에 영업 노하우까지 전수한 것은 새로운 재능기부 모델이다.

지난해 11월 시작된 리모델링 공사는 한 달여간 진행됐다. 리모델링 비용은 전액 스타벅스커피 코리아 측이 부담했다. 인테리어 설비업체 같은 협력사 다섯 곳도 동참했다. 지원은 공사에 그치지 않았다. 공사 기간 동안 이 회사 직원들이 수시로 현장을 찾아 커피 제조기기 사용방법을 가르치고 매장 레이아웃을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댔다. 실제로 9평에 불과한 카페 내부가 쾌적해 보인 것도 스타벅스가 전국 480여 개 매장을 운영하며 쌓은 노하우를 쏟아부은 덕이다.

카페 이스턴이 리모델링을 마친 것은 지난해 말. 공사가 끝난 지 두 달이 지났지만 성과는 벌써 나온다. 리모델링 전인 지난해 1월 210만원 선이던 월 매출은 올 1월 286만6000원으로 36%가량 뛰어올랐다. 아직 집계 전이지만 2월은 전달보다 매출 신장 폭이 더 클 것으로 기대한다. 최근에는 양질의 원두까지 공급하면서 ‘맛도 더 좋아졌다’는 소문까지 퍼졌다. 노 바리스타는 “우리 가게에선 아메리카노 한 잔에 2000원이면 즐길 수 있는 저렴한 가격이 장점”이라며 “매출이 쑥쑥 늘어나는 만큼 실버 바리스타를 더 양성해 일자리 창출까지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이런 형태의 ‘재능기부 카페’ 수를 수십 개까지 순차적으로 늘려갈 계획이다. 올해 안으로 장애우와 미혼모 등이 운영하는 카페의 리모델링을 지원한다.

다음은 이석구 대표와의 일문일답.

-‘재능기부’란 말이 유행이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가 생각하는 재능기부란.
“그동안 지속적인 사회공헌활동을 해 오면서 쌓은 경험이 재능기부로 이어졌다. 회사 이름으로 내놓는 현금·현물 지원도 사회공헌의 중요한 축이지만, 우린 무엇보다 임직원 개개인의 개성에 맞춰 자발적으로 동참할 수 있는 자원봉사에 더 신경을 썼다. 이번 카페 재단장 때에도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바리스타 교육, 철거 및 청소 등으로 나뉘어 봉사활동을 했다. 직원들을 일괄 동원해 일정 시간을 벌충하는 식의 형식적인 봉사와 차별화한 게 보람이다.”

-미국 스타벅스 본사에서도 이런 식의 재능기부를 하는가.
“미국은 매장 운영을 통해 번 돈을 지역사회에 기부하는 일이 가장 일반적이다. 노인 같은 소외계층이 운영하는 카페에 직접 운영 노하우를 전달하는 방식은 한국이 처음이다. 원래 취지대로 사업이 잘 진행된다면 전 세계 각지에 있는 스타벅스 매장에서도 우리의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할 수 있을 것이다.”

-카페의 어떤 부분이 바뀌었나.
“한 달여에 걸친 공사를 통해 간판, 의자, 테이블, 장식장, 각종 집기, 냉장고까지 교체했다. 영업 현장의 노하우를 반영해 자투리 공간에 좌석수를 늘렸다. 매장 분위기를 고급화해 주민들이 좀 더 쾌적하게 커피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최신 커피 기계와 원두를 제공해 제품 경쟁력도 높였다.”

-‘재능기부 카페’의 수익금은 어떻게 쓰이나.
“카페 운영비와 노인 바리스타 급여로 사용된다. 매출이 늘어나면 추가로 노인 바리스타를 양성한 뒤 채용한다. 이런 식으로 올해 노인 일자리가 많게는 100개까지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협력업체도 동참했다는데.
“이번에 동참한 업체는 인테리어(디자인에너지), 가구(지쓰리), 냉난방(서울총판), 설비(조은주비트산업), 간판(가나기획) 등 5개 업체다. 공사에 필요한 물품은 우리가 구입했고 협력업체는 시공 인력을 지원했다. 평소 ‘사회공헌을 함께 하고 싶다’고 말해왔던 업체다.

-앞으로의 계획은.
“미혼모나 장애우 같은 사회적 약자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교육을 통해 바리스타를 양성할 계획이다. 이들이 취업까지 이어지도록 재능기부 카페를 꾸준히 지원해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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