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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보존의 이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국보제21호인 경주 불국사경내 역가탑의 훼손을 에워싸고 세론이 비등되고 있는 이즈음, 이번에는 광주에서 6「킬로」상거인 월성군소재지 국보제39호 나원리석탑의 파손이 발견됨으로써 문화재보호에 일대경종을 울리고 있다. 역가탑, 일명 무영탑은 1천2백년의 연조를 지닌 고귀한 이 나라의 문화재이며 나원리석탑 그 규모나 의장에 있어서 굴지의 국보이다. 수많은 전란을 겪으면서도, 그리고 일인들의 악착같은 도굴과 탈취에서도 용하게 보존돼 오고 있던 상기탑파가 오늘에와서 파손되고있다는 사실은 문화민족의 체통을 깨는 수치스러운 일이 아닐수없다.
보도에 의하면 지난달28일 경주일원의 미진으로인한 자연파손이라고 경찰이나 불국사종무소측에서는 말하고있는 반면, 문화자재보존위원회는 사이탑을 탐낸 도국배의 작사라는 견해를 밝히고있는 듯하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볼때에 지진이 있은 것은 8월28일이며 문화재관리국에서 조사단을 파견한 것은 9월9일이고, 경찰에서 진상조사에 착수한 것은 조사단의 인위적파손이라는 견해가 보도된 10일오후였다는 점으로 미루어 보아 현지경찰이나 사살관리당국이 보호의 책임을 게을리했다는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일것같다.
더구나 8월28일 29일양일에는 APU 일측대표의 고나광을 위해서 도문화재관리당국자가 현지에 갔었으며 그 때에는 아무런 이장도 발견할 수가 없었다는 사실로 미루어 보아 파손은 문화재위원회에 보고가 접수된 9월6일 새벽이나 5일저녁이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13일 급거 현지에 출장갔던 치안국관계자는 「경사에 의한 중력」이라는 결론을 얻었다고 들리지만 수년전에 실시한 역가탑에 관한 실측자료는 경주박물관에 보관되어 있고 이번의 조사단의 조사도 그 실측을 척도로 해서 파손의 정도와 그 원인을 제시하고 있음을 본다면 경사운운도 정당한 견해인 것 같지는 않다.
뿐만 아니라 현재 불국사경내에는 범영루의 보수공사 때문에, 도굴에 필요한 사다리 나무로막 등을 얼마든지 구할수 있는 사정에 있으며 역가탑만이 훼손되고 바로옆에 있는 다보탑은 건재하다는 사실을 견주어 생각한다면 자연적 파손보다는 도굴의 유추를 뒷바침할 자료가 더 유력한 것 같다. 그위에 나원리석탑의 파손은 5층 인화석이 동서 양쪽으로 갈라져 있고 나무토막이 발력됐으며 「자키」와「윈치」를 댄 흔적이 뚜렷하다는 점을 보면 석탑 전문도굴단의 장난이라는 심중이 굳어지지 않을 수 없을 듯 하다.
위의 추단은 순전히 보도를 통해서 본 일반적인 견지의 것이고 도굴여부에 대한 어떠한 주장을 경솔히 내세우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국보로 지적된 유수한 문화재의 훼손을 앞에 두고 그 원인을 제대로 파헤치기는 커녕 자연파손운운하여 사건을 파묻어 버려서는 안되겠다는 데 있다. 일반수사에 있어서도 마찬가지겠지만 이번사건은 그것이 국보에 관한 것이고 종래 문화재의 도굴과 해외유출이 비일비재였다는 사실에 상도할때에, 이번의 양개 석탑사건을 계기로 해서 문화재도굴과 그 음성적인 매매에 관련된 안면이 백일하에 명백히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는 비단 경찰의 책임만이 아니라 국민전체의 소망일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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