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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서소문 포럼

창조경제, 사람에 달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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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김영욱
논설위원·경제전문기자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마윈 회장. 중국에선 오래전부터 정보기술(IT) 업계의 대부로 손꼽혔던 사람이다. 그런 그가 지난달 중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했다. 여러 해석이 나왔지만 내가 정작 놀란 건 퇴임의 변이었다. “빠르게 변화하는 인터넷사업을 지속하기엔 나이가 너무 많다”는 이유였다. 나이? 올해 겨우(?) 48세인데.

 이 얘기를 꺼내는 건 박근혜 정부가 최고의 국정 가치로 잡은 게 ‘창조경제’라서다. 어제 인수위가 내놓은 5대 국정 목표 가운데 창조경제가 가장 앞자리였다. 예상했던 대로다. 당선인이 줄곧 강조했고, 공약집의 맨 앞자리에 있었던 게 창조경제다. 이를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고,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약속이었다. ‘추격경제에서 선도경제로’라는 발언도 마찬가지다. 창조경제, 비전이나 목표야 어느 누가 시비 걸 수 있을까. 저성장과 저고용, 저복지, 양극화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 아닐까.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다. 과연 박근혜 정부가 해낼 수 있을까. 솔직히 나는 걱정스럽다. 이유는 간단하다. 창조경제를 이루려면 조건이 구비돼야 한다. 하지만 그간 당선인의 궤적을 보면 그렇게 생각되지 않는 대목들이 여럿 있어서다. 오해 말기 바란다. 이제 막 출범하는 정부에 무슨 억하심정이 있는 건 결코 아니다. 반드시 해야 하고, 해냈으면 하는 절박한 심정 때문이다.

 창조란 말은 그동안 기업의 전유물이었다. 창조경영이 그것이다. 국내 기업들이 외친 지 10년 정도 됐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 국내 기업 중에선 가장 먼저였다. 2000년대 초반이었다. 대외적으로 처음 공개된 건 2006년 9월 사장단회의에서였다. “모든 것을 원점에서 보고 새로운 것을 찾아내는 창조적 경영에 나서 달라”는 당부였다. 남들이 하지 않는, 전혀 새로운 생각을 창조경영이라고 했다. 후일 상상력, 꿈의 디자인, 역발상, 사고의 전환 등도 강조했다. 제품으로 치면 단순한 신제품이 아니라 새로운 개념의 제품이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다. 스티브 잡스가 만들어 낸 아이폰을 연상하면 된다. 잡스가 줄곧 강조한 것도 “다르게 생각하라”였다.

 문제는 창조경영을 어떻게 실현할까다.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사람이다. 창조경영을 실행할 ‘천재급 인재’ 말이다. 이건 내 얘기가 아니고 경영학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 회장도 그랬다. 그가 줄곧 강조한 게 천재급 인재였다. “향후 10년을 먹고살 수 있는 신수종 산업을 찾으려면 그런 인재가 있어야 한다”는 이유였다. “돈이 얼마가 들어도 좋다”고도 했다.

 이제 당선인 얘기다. 당선인이 스피치용으로 창조경제를 얘기하지 않았다는 건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게다. 말로는 창조를 주창하면서도 행동은 거꾸로 하는 사람들이 숱하기 때문이다. 미래창조과학부를 만들고, 이중국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김종훈씨를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건 잘했다. 그럼에도 내가 우려하는 건 당선인의 인재 등용 스타일 때문이다.

 창조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건 소통이다. 치열한 고민과 수많은 토론의 산물이 창조다. 서로 다른 생각과 문화가 만나야 새로운 시각이 나온다. 그러려면 열린 사고, 열린 조직이 돼야 한다. 개방성 얘기다. 그러려면 대통령과 다른 의견을 내는 사람, 대통령에게 ‘노(No)’ 할 수 있는 사람이 많아야 한다. 그런데 실제론 어떤가. 중용된 사람 가운데 ‘예스(Yes)맨’이 많은 것 같아 하는 얘기다.

 둘째는 젊고 유능한 인재를 중용했는가, 그런 사람을 고르기 위해 최선을 다했는가다. 마윈 회장이 말한 대로 창조경제를 하려면 젊고 유능해야 한다. 그래야 급변하는 환경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다. 하지만 중용된 인사들을 보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은 듯하다. 당선인이 제일 먼저 선택한 사람도 76세의 총리 후보자였다.

 창조경제를 하겠다면 당선인부터 마음을 활짝 열어야 한다. 다른 의견과 다른 시각,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중용해야 한다. 반대 의견과 생각이 맘껏 개진될 수 있도록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 당선인도 계급장 떼고 치열하게 토론해야 한다. 한국 기업이 10년째 창조경영을 외치는데도 왜 잘 안 되는가를 곰곰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올 거다.

김영욱 논설위원·경제전문기자